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지난 19일(한국시각) 불룽안 스포츠홀에서 열린 인도와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조별예선 B조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는 한국에 중계되지 않았다. 불룽안 스포츠홀에 TV중계 시설이 들어오지 못할 만큼 열악한 시설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연경(엑자시바시)과 이재영(흥국생명)이 맹활약한 끝에 인도를 꺾은 경기는 한국의 배구팬이 볼 수 없었다.
한국과 인도전이 열린 불룽안 스포츠홀을 찾은 전상천 대한민국배구협회 심판이사는 “코트 규격이 서브 구역 8m는 충족한다. 그런데 코트 양 옆이 좁은 편이라 국제경기를 치르기는 적합하지 않은 경기장”이라고 지적했다.
전상천 심판이사가 꼽은 불룽안 스포츠홀의 문제점은 좁은 경기장보다 내부에 틀어놓은 에어컨이다. 더운 날씨로 인해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많은 에어컨이 작동했다. 에어컨 송풍구에는 터널 형태의 시설을 설치해 바람이 더욱 관중석으로 집중되도록 했다.
문제는 이 바람이 관중석 아래쪽까지 들어와 코트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전상천 심판이사는 “경기장 에어컨 바람이 양쪽에서 코트 안쪽까지 부는데 국제배구연맹 규정에는 이를 막는 내용은 없지만 아무래도 경기가 바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기를 마친 뒤 김연경은 “경기장이 좁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리시브나 토스할 때, 공을 때리는 순간에도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바람에 따라 공의 방향이 바뀌어 경기하기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문제가 많은 불룽안 스포츠홀은 배구 종목의 보조경기장 격이다. 주경기장 격인 겔로라 붕 카르노 배구장보다 열악한 환경이다. 차해원 감독은 “모든 팀이 다 한 번씩은 이 경기장에서 경기한다. 우리는 첫 경기를 이곳에서 먼저 하는 게 낫다”고 위안으로 삼았다.
하지만 차 감독의 설명과 달리 대회 일정을 살피니 사정이 조금은 달랐다.
여자부의 경우 A조에서는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B조에서는 중국이 불룽안 스포츠홀에서 경기하지 않는 ‘특혜’를 누리기 때문이다. 대신 A조는 필리핀과 홍콩이, B조는 인도가 불룽안 스포츠홀에서 조별예선 2경기를 치른다. 분명한 차별이다.
중국은 국제배구연맹 여자배구 세계랭킹 1위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여기에 개최국 인도네시아로부터 특혜까지 받는다.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는 한국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