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앞으로 수십 년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미래세대는 국민연금제도의 존속을 위해 29∼38%에 달하는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버는 돈의 약 30∼40%를 보험료로 내야 된다는 의미다.
현재의 보험료율 9%에 인구·거시경제변수, 기금투자수익률 추정값을 대입해본 결과다.
재정추계위원회는 인구변수를 대입하면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중위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채택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5년 1.24명, 2020년 1.24명, 2030년 1.32명을 거쳐 2040년부터 1.38명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현실적이지 않다. 출산율은 이미 지난해에 1.05명으로 떨어졌고 반등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위원회는 2개의 시나리오를 추가로 검토했다. 다른 변수는 그대로 두고 출산율 추정값에 '통계청 저위 시나리오'와 '출산율 1.05명 유지 시나리오'를 각각 대입해본 것이다.
통계청 저위 전망의 출산율은 2015년 1.24명, 2020년 1.10명, 2040년 이후 1.12명으로 기본안보다 약간 악화한 것이고, 출산율 1.05명 유지 전망은 우리나라가 2016년 이후 대체출산율 2.1명의 절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대체출산율은 인구를 현재처럼 유지하려고 할 때 필요한 출산율이다.
세가지 전망을 각기 대입했을 때, 국민연금 적립기금 소진 시기는 2057년, 적자전환 시기는 2042년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에서는 크게 차이가 났다.
보험료 수입만으로 국민연금을 운영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을 '부과방식비용률'이라고 하는데, 2040년 기준으로 통계청 중위, 통계청 저위, 출산율 1.05명 전망은 비용률이 14.9∼15.0%로 거의 같았다. 보험료율 15%로 운영이 가능하단 뜻이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필요한 보험료율은 높아지고 격차도 벌어진다. 2088년 기준으로 통계청 중위 전망에서는 보험료율이 28.8%로 나타났지만, 저위는 34.9%, 출산율 1.05명은 37.7%로 훨씬 더 높았다. 가장 나쁜 출산율 시나리오에서는 소득의 38%를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성주호 재정추계위원장은 지난 17일 재정추계 발표 공청회에서 "소득의 30%를 내면서까지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손자세대들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 정도로 보험료율이 오르면 능력 있는 젊은이들은 해외이민을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추계를 지금 당장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향후 70년간 우리나라가 연금제도를 손보지 않을 리 없고, 적립된 기금을 모두 써버리고 곧바로 보험료만으로 운영하는 '적립식'으로 넘어가자고 합의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저출산은 재정에 부정적인 요소이며 저출산이라도 출산율이 어디까지 떨어지느냐에 따라 미래세대의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제4차 추계를 바탕으로 재정안정화 방안을 내놓은 제도발전위원회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사회적 계약'인 국민연금이 지속되려면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는 인구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며 "저출산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또 "기금소진 시점 이후 부과방식으로 운영한다면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적립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후세대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