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 속 개학했지만… 학부모들 "대안 내놔라"

개학시즌 맞았으나 냉방시설 제 기능 못해
면학분위기 걱정에 개학 연기 요청 쇄도
학교장 재량 반바지 등교 허용 학교들 '눈길'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전국 각급 학교의 개학 시기가 최악의 폭염과 겹치면서 '개학 연기' 요청이 쇄도하는 등 학부모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이미 개학한 학교들 중 일부는 냉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7일 현재 전국 1만1613개 초·중·고교 중 대다수가 광복절 연휴를 끝으로 개학하고 있는 가운데 폭염 피해를 우려한 학부모들의 "개학 시기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찜통더위 속에 쉽사리 조성되지 않는 면학 분위기와 혹시 모를 식중독 피해 등 자녀들 건강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은 시·도 교육청 게시판에 개학 연기와 단축 수업을 바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무런 대책없이 개학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에 상당한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더울 때 학교에서 단체 생활하는 것이 무척 걱정스럽다', '이럴 때 단체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우려도 있다', '아이들 건강이 우선이다. 방학 기간을 연장해달라' 등의 글을 올리면서 교육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모들의 이 같은 요구에도 올해 폭염이 일찍 시작된 탓에 여름방학을 앞당겨 시행한 학교 입장에서는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방학기간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학을 연기한다면 1년 간 학사일정에 차질이 생겨 폭염 속 개학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교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개학한 학교들 중 일부는 냉방시설이 제 기능을 못해 폭염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폭염 속에 노출된 자녀들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도 분당 A고등학교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고3 교실이 가장 꼭대기층에 있다보니 더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이)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하지 않다고 한다"며 "학교 옥상에 물을 뿌려도 한계가 있는데,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 B중학교는 고장이 잦은 에어컨 때문에 2~3개 학급은 상대적으로 에어컨 성능이 나은 다른 공간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화성 C중학교 역시 고장난 에어컨을 피해 다른 교실로 이동 수업을 하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각급 학교에 배포한 '폭염 대비 매뉴얼'을 학교장 재량 하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교육부 유정기 학교안전총괄과장은 "폭염 정도에 따라 심할 경우 학교장이 휴업을 결정할 수 있고, 오후부터 갑자기 더워질 경우 수업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며 "개학을 연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현행법상 수업에 대한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사복 반팔·반바지를 입은 수원 삼일공고 학생들이 교내 VR룸에서 과학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한편 폭염 속 개학을 준비하는 학교 가운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곳도 있다.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의 경우 '반바지 등교'에 대한 학생들 요구가 반영돼 오는 20일 개교일부터 한달 가량 반바지를 입고 등교할 수 있게 됐다. 삼일공고는 또 학생들 편의를 위해 체육복 외에 사복 착용을 허용했다.

삼일공고 김동수 교장은 "시원하게 등교하고 싶다는 학생들 목소리를 반영해 사복 반팔·반바지를 허용했다"며 "아이들, 부모님들 반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고, 이천 마장고 등은 학교 생활복 중 반바지 착용을 허용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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