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매자들은 여러 사정 고려"…'대작' 논란 조영남 무죄 선고

재판부 "화투 소재는 조씨의 고유 아이디어"
조씨 "재판부가 현대미술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히 판단"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조수가 그린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처럼 속여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수영 부장판사)는 17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조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미술작품은 화투를 소재로 하는데 이는 조씨의 고유 아이디어"라며 "조수 송모씨는 조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미술사적으로도 도제 교육의 일환으로 조수를 두고, 그 과정에서 제작을 보조하게 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조수 송씨를 그림을 그린 원작자가 아닌 조씨의 보조자로 봤다.

재판부는 또 "작품 구매자들은 구매 동기로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면서 "작가의 '친작' 여부가 구매 결정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사실상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조수 송씨 등의 대작(代作) 작품에 가벼운 덧칠 작업 정도만 거쳐 자신의 그림이라고 속인 뒤 17명에게 모두 21점을 팔아 1억5000여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작품의 아이디어나 소재의 독창성 못지않게 아이디어를 외부로 표출하는 창작 표현작업도 회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송모씨 등이 작품에 기여한 정도를 보면 조수에 불과하다기보다 작품에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한다"며 조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으로 혐의를 벗은 조씨는 "재판부가 현대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한 판단을 했다. 재판부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그림을 더 진지하게 그릴 수 있게 돼 좋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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