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18년 8월 16일(목)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시사칼럼니스트 고재일
◆ 고재일> 저희가 지난 방송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기초적인 사항을 살펴보며 원희룡 지사가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제주코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지 않았습니까? 댓글을 보니 원희룡 지사를 차기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밀어야 한다는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나와 좀 당혹스러웠다는 말씀부터 드리겠고요.
아무래도 많은 우려가 제기되는 관계로 정부가 일단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서 규제를 건 상황이다보니, 블록체인 특구 추진을 일종의 해방구처럼 보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잠시 후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어디까지나 칼의 양날과 같은 성질이 있거든요. 그만큼 신중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겠죠.
◇ 류도성>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인 그림은 없습니다만,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원희룡 도정이 이렇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손해보다는 이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 고재일>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방송에서 금고 비밀번호를 예를 들며 네 자릿수 번호를 4명이 한 자리씩 나눠가지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것을 전문적 용어로 <분산 장부 기술>이라고 하는데요. 보안이 뛰어난 것은 물론 데이터의 신뢰성이 굉장히 높은 특징으로 시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 류도성>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사용이 될 수 있는 겁니까?
◆ 고재일> 크게 보자면 암호화폐와 금융기관, 산업별 특화, 공공조직과 민간기업 등 5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되고 있는데요. 일단은 화폐 분야가 가장 활발합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트코인이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있고요.
비트코인의 하위 부류인 암호화폐들이 있는데요. 이들을 영어로 '얼터너티브 코인(alternative coin)' 줄여서 <알트코인> 즉 대체 화폐라고 합니다. 이 종류들을 합쳐서 전 세계적으로 상장된 암호화폐가 약 1600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암호화 기술은 물론 결제 속도나 수수료 등에 따른 차이라고 보시면 쉽게 이해될 겁니다.
◇ 류도성> 아직 새로운 개념이기도 하고 안전성에도 의문이 들다보니 암호화폐가 아직 정식 화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잖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암호화폐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고재일> 다들 아시겠습니다만,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통제하는 '원'이라는 화폐가 있고요. 미국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발권하는 '달러' 중국의 '위안' 일본에는 '엔'이 있잖습니까? 각국의 경제시스템에서 통용되는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인 셈인데요.
암호화폐가 이와 비슷합니다. 비트코인은 물론 리플이나 이더리움, 대쉬 등 각각이 자신의 시스템 내에서의 교환수단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최상위에 있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인데요. 달러를 전 세계 화폐의 기축통화로 보는 것처럼, 비트코인이 암호화폐에서는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교환의 매개가 바로 화폐 아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블록체인 기반으로 사업을 출발할 때는 우선 화폐부터 선점하고 있어야 다른 산업을 자신의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쉽겠죠. 그래서 암호화폐 분야의 진출과 경쟁이 치열하다는 분석입니다.
◇ 류도성> 네, 그렇군요. 어쨌든 생태계가 생기면 화폐처럼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까지 법적으로는 엄밀하게 따져 화폐는 아닌 것으로 정리를 하겠고요.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응용하는 건가요?
◆ 고재일> 네, 우선 자동차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조사에서 차량을 생산하면 저희 같은 일반소비자가 구입을 하고, 이후 운행과 유지보수, 중고 판매나 폐기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되는 기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함으로써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동차와 관련한 덩어리 정보가 생성이 되면, 이를 기반으로 중고차업이나 보험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심을 갖게 되겠죠. 결국 다른 산업까지 블록체인 기술의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확장성을 키우는 겁니다.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생산년도와 사고여부, 주행거리 등에 따라 중고차의 시세가 결정이 되어야 하는데 사고발생 사실을 누락하거나, 과거에 많았습니다만 주행거리 조작 등이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내친김에 한 가지 더 설명해보겠습니다. 류도성 아나운서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DS 라디오'라는 미디어 매체를 하나 만들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미디어는 신문의 경우 월 구독료, 유료방송은 월 사용료 등을 내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이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혀서 '기사' 단위 또는 '비디오 클립' 단위의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하죠. 정확한 청취율과 이에 따른 광고 단가 계산이 가능해지고요. 더 나아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 뉴스 플랫폼으로 청취자들이 직접 뉴스 제작과 팩트체크 등이 가능하도록 '토큰'과 같은 경제적 보상을 주면?
◇ 류도성> 미디어의 생태계가 점점 커질 수 있겠네요?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가짜뉴스로부터 자유롭고 광고의 압력에서도 해방될 수 있는 전문화된 미디어 뉴스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죠. 부동산의 경우도 거래 및 등기부 작성, 관리 등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중 거래나 사기 등의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거래 및 토지 소유권, 재산증서, 유치권 등을 기록하고 추적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 류도성> 이렇게 설명을 들으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 안전하고 활용 분야도 넓은 것 같은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요. 어떻습니까?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암호화폐 채굴에 어마어마한 전력이 소모된다는 우려에서부터 2100만개가 최대치인 비트코인 채굴이 끝나면 시스템이 정지될 것이다 등등이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가장 큰 우려는 사기입니다. 아마 뉴스로 접해 보셨을 겁니다.
러시아의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인양한다고 전국을 들썩였던 회사에 대해 경찰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이 회사는 사업비 조달을 이른바 암호화폐 공개라고 하는 ico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사업을 담보로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판매하는 것이죠. 보통의 주식회사라면 IPO라는 기업공개 절차를 거쳐서 필요한 자본금을 모집하는데요. 회사의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팔면, 투자자는 바로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ico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암호화폐를 미리 발행하는데요. 사업이 잘 되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이 되어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자하는 경웁니다.
◇ 류도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 고재일> 보통의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IPO는 회사 이력과 자본금 현황, 경영성과와 부채비율을 모두 따져 자격 요건을 갖춰야 자본 모집이 가능하고요, 일정 수준의 투자자 보호 대책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ico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 대책은 현재까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9월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유사수신행위로 보고 ico를 전면 금지한 바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만, 회사의 기술이나 신용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할 경우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죠.
과거 90년대 불었던 벤처 열풍과 거품을 생각하면 쉬울 겁니다. 그래서 현재 많은 국가들이 어떻게 ico를 규제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요. 규제 수준에 대한 고민과 입장이 제각각이다보니 결과적으로 투기 자금의 전 세계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암호화폐와 관련해서 또 하나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바로 거래소 해킹입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보안성이 굉장히 우수하다는 점 소개해드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거래소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과는 전혀 무관한 시스템이거든요.
지난 1월에는 일본의 코인체크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5억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5500억 원 이상의 암호화폐가 해킹으로 도난을 당하기도 했고요. 이탈리아에서도 2억 달러 가까운 해킹 사건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6월 두 곳의 거래소에서 해킹 사건이 발생해 각각 400억 원 가량이 도난당했습니다만, 문제는 이같은 해킹 피해에 대해서도 아직 보상 규정과 방침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합니다.
◇ 류도성> 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죠. 지금까지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