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징용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의 '윗선'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박 대통령이 '징용소송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고 법원행정처장과 한 회동 결과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1일 오전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판결을 뒤집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실제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 2건은 2013년 8∼9월 전범기업들의 재상고로 대법원에 다시 올라간 이후 5년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소송을 미뤄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을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청와대가 행정부처와 사법부의 대표들을 불러놓고 재판의 독립성 침해가 명백한 '거래'를 제안한 셈이다. 김 전 실장은 검찰에서 "국익을 위해서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피해자들 개인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까지 흔들린다는 위기의식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차 전 처장이 공관 회동에서 전달받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에게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의 지시가 당시 어떤 경로를 거쳐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