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오찬 회동에도 남북·경제정책 등 여전히 평행선

文 "판문점선언 비준 해달라…탈원전 매우 천천히 진행 중"
보수야당 "비준 시기 아냐…소득주도성장·탈원전 재검토 해야"
장병완 "비준은 해야 하나 급한 탈원전은 안돼"…윤소하 "규제완화 주의해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16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했지만 판문점선언 국회비준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탈원전, 북한산 석탄수입 의혹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 文 판문점선언 비준 당부에 보수야당 "시기 아냐"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는데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해주신다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때 훨씬 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를 해주신다면 남북 간 국회회담의 단초를 마련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남북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평화 문제는 초당적으로 하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밝혔고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늦은 감이 있지만 정기국회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비준의 시기나 변경된 내용이 문제가 된다면 오는 9월에 열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야가 초월해서 힘을 실어주는 지지결의안이라도 강력하게 (마련하자)"며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주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시기를 문제 삼아 완곡한 거절의사를 밝혔다. 그는 "한국당은 한반도 실질적 비핵화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 국제사회와 공감이 이루어졌을 때 적극적 뒷받침 할 것"이라며 "지금은 (비준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회 비준에 관한 속도조절 좀 필요하다"며 "판문점 선언 이후 예상과 달리 비핵화 문제가 상당히 교착상태 빠져있고 북미 대화도 지금 원활하지 못한 측면 있는 이런 점들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이어 "국회 비준은 보수당인 한국당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에, 우리가 인내를 갖고 그 비준동의안 처리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野 3당 "소득주도 폐단 유의해야"…정의도 "규제완화 경계해야" 압박

(사진=청와대 제공)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야당이 포문을 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장하성 정책실장도 바로 옆 헤드 테이블에 배석 됐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단에 대해서 분명히 짚었다"며 "이 폐단을 대통령이 잘 이해를 좀 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게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면서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심각한 부작용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으며 장 원내대표도 "소득주도 성장론은 실천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어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봐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인 홍 원내대표가 말을 아끼면서 홀로 소득주도 성장을 찬성하게 된 윤 직무대행은 "소득주도 성장론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가져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혁신성장으로 표현되는 뜻이 자칫 규제완화를 에둘러 표현할 수 있어 이 부분에 대단히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반론이나 수긍 없이 "나라경제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자"는 정도로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탈원전 속도조절·북한산 석탄수입 보는 관점도 이견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지적도 보수야당으로부터 제기됐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오늘 상당 시간동안 제기된 문제가 탈원전이었다"며 "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탈원전 정책을 철회해야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업으로서 원전 사업들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제1호 의제로 '탈원전 정책 속도조절'을 합의문에 집어넣으려고 상당한 노력을 했지만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장 원내대표는 "탈원전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에너지전환정책이 적절하다"고 지적한 후 "원전과 관련한 교육과 산업 생태계가 유지돼야 하기에 신규 원전을 1개씩이라도 건설하는 방향으로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 대통령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정도조차 없을 정도로, 70~80년이 걸리도록 조심스럽게 점진적으로 가고 있다"며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국제 제재 위반 논란에 휩싸인 북한산 석탄수입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정부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다는 주장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제 공조도 잘 이뤄지고 있지만 서로 인식의 정도가 달라 오해가 있는 것인 만큼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에 나섰다.

이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당은 야당의 진상규명 요구에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사실상 이대로 묻고 가자는 식인데 이것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외교부와 관세청의 말이 달랐던 만큼 믿을 수 없었기에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외교부 차관의 설명으로 상당한 의문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남아 있다"며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으로 의문점을 확인하겠지만 그럼에도 의혹이 늘어난다면 국정조사까지 고려해 보겠다"고 말해 조건부 국정조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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