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밥상만 17번 차린 셰프들…메인 메뉴는 '연화식'

상봉 참가자 대다수 고령자 감안
연화식 ‘한방 소갈비찜’ 선보여
평창 올림픽 셰프단 등 최정예 조리사 투입

지난 2015년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당시 현대그린푸드 셰프들이 상봉행사 환영 만찬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그룹)
분단 역사가 어언 1세기에 가까워 지면서 남북 이산가족들 다수가 세상을 떠거나 생존해 있어도 고령이어서 이산가족 면회의 상설화를 통한 꾸준한 이산상봉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온정각 일대에서 진행될 '8·15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산가족들에게는 더욱 뜻 깊다.

남북 당국은 이산가족 상봉에 나서는 가족들의 물리적 나이가 워낙 많고 대부분 고령인 점을 감안해 이 분들을 행사장소로 이동시키는 데서 부터 먹거리 준비, 의전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신경을 쏟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세기 기다림 끝에 혈육 상봉에 나서는 이산가족들의 행사기간 중 건강유지이고 이를 위해 이산가족이 마주할 밥상에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란 상징성 높은 행사에 가려 상봉기간 중 이산가족들이 어디서 제공한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고 마시는 지는 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지만, 지금껏 먹거리로 인한 사고가 없었던 건 과거 진행된 '17번의 이산상봉 밥상 차림'을 한 곳에서 도맡아온 탓도 있다.

현대백화점 계열의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열렸던 17차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케이터링 서비스를 도맡아 왔다. 이 회사는 남북경협사업을 주도해 온 현대그룹과는 '범현대가'로 묶인 인연도 있지만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높이 평가받아 이번에도 통일부와 현대아산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3년 만에 열리는 뜻 깊은 행사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과거 남북 이산가족행사를 진행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행사 참가자에게 최고의 음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가 오는 24일 ‘제21차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 환영만찬’ 때 제공할 ‘연화식(軟化食) 한방 소갈비찜’, ‘영양찰밥’, ‘매생이죽’ 등 주요 메뉴 사진. (사진=현대그룹)
현대그린푸드는 상봉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환영만찬과 점심,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조리시설과 만찬장 점검에 들어갔다. 이를위해 평창올림픽에서 진가를 인정받은 올림픽 케이터링 셰프단과 과거 이산상봉행사에 참여한 세프 등 베테랑 조리사 30여명을 발탁, 투입했다.

이산가족 대부분이 80세 이상 고령인 점을 감안, 연화식(軟化食) 기술을 이용해 ‘한방 소갈비찜’을 개발했다. 한 조리사는 "연화식은 일반 음식과 동일한 모양과 맛은 유지하면서 씹고 삼키기 편하게 만든 것으로 잇몸만으로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상봉 밥상에 오를 메뉴는 이외에도 메로구이, 매생이죽 등 부드럽고 씹기 쉬운 음식들이 대거 채택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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