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전문가인 TF 인터내셔널 증권(TF International Securities) 애널리스트 궈밍치(郭明錤)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이 2023년~2025년 사이 '애플카'를 내놓을 것이며, 차세대 제품을 자리 잡을 것"이라며 "애플카는 2007년 출시된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시장에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IT매체 맥루머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애플, 2023~2025년 '애플카' 독자 모델 내놓을 것"
궈밍치는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기술로 재정의 되는 과정에서 이 거대한 시장 교체의 요구가 있다"며 "증강현실(AR)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기술은 자동차를 재정의하고 애플카를 다른 제품과 차별화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애플은 가전 산업과 자동차 산업 부문의 잠재적 경쟁자보다 훨씬 유기적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통합'을 이룰 것이라며, 애플카 출시 이후 거대한 자동차 금융 시장 진입을 통해 서비스 부문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전통적인 자동차 금융 시장은 은행 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금융사 등이 지배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리스 회사, 자동차임대 회사, 소매금융 회사, 인터넷금융 회사 등이 약진하며 자금조달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과 커넥트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소비자가 차를 소유하는 대신 임대 또는 공유(택시) 서비스 형태로 전환될 전망이어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보다 소프트웨어로 구축된 차와 거대한 네트워크와 서비스 플랫폼을 가진 기술회사에 유리해질 전망이다.
애플은 2016년 애플카 생산을 포기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중심축을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져 애플에 정통한 애널리스트인 궈밍치가 내놓은 애플카 출시 가능성은 업계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적어도 2014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개발조직 1천여 명 규모의 자율주행 애플카 프로젝트 '타이탄(Titan)'은 리더십 문제와 내부 조직의 다툼으로 파열음이 나오면서 하드웨어 부문 수백여 명이 해고 되고 포드 자동차 경영진 출신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 대신 애플 기술담당 수석부사장을 지낸 밥 맨스필드가 프로젝트 수장을 맡아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만 집중할 것으로 알려져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천여 명의 자동차 및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문가를 고용해 애플 독자 설계 기반의 전기차 개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엔지니어링을 총괄했던 더그 필드 전 부사장이 친정인 애플로 복귀하면서 애플카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맥 컴퓨터 등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그는 테슬라로 자리를 옮겨 모델3 개발과 제조 전반에 관여해왔다. 업계는 그가 타이탄 팀에 합류해 맨스필드와 함께 애플카 개발에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BMW·벤츠와 협상결렬 '삐그덕'…애플카 독자 생산으로 전환
애플은 시험주행용 자율주행차 투입도 대폭 늘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교통국(DMV)에 따르면, 애플은 렌터카 회사 허츠와 파트너십을 맺고 렉서스 RX450h 차량에 벨로다인(Velodyne)이 설계한 6대의 라이다(LiDAR) 및 여러 대의 레이더 센서, 카메라, 고성능 컴퓨팅 스택으로 구성된 독특한 모듈러 센서부(sensor Array)를 탑재한 최신형 자율주행차를 올 1월 24대에서 지난 5월 55대까지 늘렸다. 애플의 자율주행차 보유대수는 GM 크루즈 104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애플은 지난 5월 독일 명차 브랜드 BMW 및 메르세데스 벤츠(다임러)와 지난 2년간 이어온 자율주행차 개발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독자 개발 노선을 앞당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자동차 디자인권과 자율주행 데이터 통제권을 넘기라는 이들 두 제조사들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완전히 깨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처럼 직접 디자인하고 플랫폼 안에서 필요한 데이터 공유를 허용하지만 디자인·개발·생산·관리·유통·통제권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독일 자동차 회사 외에도 닛산, 중국 BYD, 영국 맥라렌, 캐나다 마그나와도 파트너십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우, 스마트폰처럼 아무런 데이터를 얻지 못하고 소프트웨어에 종속된 껍데기 차만으로는 이익실현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견인하는 메르세데스·BMW·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EU의 강력한 환경규제 정책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조기 종식이 예정되면서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발걸음이 다급해진 상태다.
포브스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특허는 2017년 12월 기준 구글 223건에 이어 아우디 221건, BMW 198건, 다임러 159건, GM 141건, 폭스바겐 75건으로 독일 제조사들이 앞도적인 상태다.
◇ "서비스 플랫폼, AR글래스, 애플카 3대 핵심제품으로 시총 2조달러 견인"
BMW는 2021년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를 출시 할 계획으로 인텔, 모빌아이와 협력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의 아우디는 2012년 미국에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한 최초의 회사다. 2015년 아우디는 A7 모델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해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550마일(약 885㎞ )거리를 시험주행 했고, 최근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해 2020년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다임러 벤츠의 자율주행 트럭이 독일 고속도로에서 일반 차량들과 함께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에 성공해 기술 능력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트럭을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는 그러나 "이들 제조사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를 지속하겠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는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애플의 장점은 아이폰과 같은 프리미엄 IT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며 단순히 고가의 제품뿐만 아니라 신뢰도 높은 서비스 플랫폼으로 지속적인 고객관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단순히 부품을 조립해 만들 수 있는 것과 달리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공략이 쉽지 않다. 특히 내연기관인 엔진 기술이 무의미해지는 전기차 기반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플랫폼을 보유한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IT 기업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다만 애플이 아이폰처럼 위탁방식으로 애플카를 제조하는데 있어 컴퓨터와 달리 수만 여개의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자동차 생산시설을 가진 파트너를 확보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전직 애플 엔지니어 출신 관계자는 "애플은 많은 공정과 손품이 많이 드는 자동차 생산 과정에 관심이 없다"고 말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처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위탁생산 할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미국 투자금융회사 모건스탠리는 애플카의 핵심 부품 공급처로 마그나, 모빌아이, 델파이, NXP반도체, 엔비디아, 테슬라, 보쉬, 삼성전자 등을 꼽았다.
한편, 궈밍치는 보고서에서 애플이 2020년 기존 증강현실 시장을 확장하는 새로운 AR 글래스를 도입하고 기존 제품의 사용자경험(UI)을 재정의 하는 '혁명적 차세대 UI'를 실현할 것이라며, △서비스 플랫폼 △AR글래스 △애플카 3대 핵심 제품을 주축으로 시총 2조달러 기업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