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와 관할 지자체인 영도구청 모두 입주민들의 공용공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오후, 영도구 동삼동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 한 종합복지관 3층에 있는 주민 체력단력실 문을 열어보니, 십여 평 가량 되는 공간이 빈 창고를 연상시키듯 텅텅 비어있다.
바로 옆에는 피아노실 등 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만, 저소득층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체력단련실만이 방치돼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 등에 따르면, 종합복지관이 2000년대 초반 입주민들의 공용 공간을 무단으로 피아노실로 사용했다가,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뒤부터 쭉 이 상태이다.
주민들은 체력단련실뿐만 아니라 주민 회의실과 목욕장, 경로당 공간(할머니방)도 제대로 된 주민 동의를 거치지 않고 복지관 운영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종합복지관은 체력단련실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주민의 동의를 거쳐 용도를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종합복지 관계자는 "체력단력실은 과거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없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철거했다"면서 "하지만 다른 곳의 용도 변경은 절차 상 문제가 없고, 체력단련실은 더이상 복지관이 관여할 수 없는 데다 주민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주민 빈점열씨는 "목욕탕 등 용도 변경 과정에서 복지관이 받은 주민동의서 서명란에 기입된 주민들의 인적 사항이 불명확하고,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도 있어 주민 여론 수렴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몇차례나 LH와 영도구청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종합복지관과 관련 기관, 일부 주민들 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임대 아파트를 건축한 LH도 종합복지관을 관리·감독하는 지자체 어느 누구도 나서 방치된 저소득층 주민 공간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체력단련실 공간을 이용하고 싶은 이웃들이 운동을 포기하거나 없는 형편에 돈을 들여 아파트 밖에 있는 사설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LH 부산지역본부 담당자는 "복지관을 LH가 지은 것은 맞지만, 완공 이후 영도구에 기부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주민 공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 실태 조사에 나서 이용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영도구청 담당자는 "체력단련실은 입주민들이 관리해야하는 공간이다"면서도 "다른 공간의 용도 변경 경위를 파악한 뒤 주민 공용 공간에 대한 다른 활용 방안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