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드진 본 적 있어?" 허재호 앞에 선 필리핀 '조던'

필리핀 조던 클락슨 (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필리핀은 정말 특출한 백코트를 구성하게 됐다. 솔직히 말해 아시아 무대에서 이 정도 수준의 가드진을 구경이나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 필리핀 남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던 탭 볼드윈 아테네오 블루 이글스(필리핀 농구 구단) 감독이 남긴 말이다.

지난 15일 아시아 취재진이 모여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한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의 소식이 화제로 떠올랐다.

NBA 사무국이 공식 성명을 통해 필리핀의 조던 클락슨(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중국의 저우치(휴스턴 로켓츠)와 딩얀유항(댈러스 매버릭스)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특별히 허락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농구 사랑이 남다른 중국은 2명의 NBA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됐다.

중국은 1978년 방콕 대회부터 지난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총 10개의 남자농구 금메달 중 7개를 수확한 나라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놓친 금메달 3개는 모두 한국(1982년 뉴델리,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이 가져갔다.


하지만 중국보다 더 들뜬 나라가 있다. 바로 필리핀이다.

필리핀 남자농구는 당초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7월초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호주와의 아시아 예선 도중 벌어진 난투극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 10명에게 내려진 무더기 출전 정지 징계 여파 때문이다.

하지만 필리핀은 지난 6일에서야 대회에 참가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현역 국가대표 다수가 제외된 새 멤버로 대표팀을 꾸려야 했고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해 100% 전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조던 클락슨이 가세하게 됐다. 그가 필리핀 남자농구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던 클락슨은 흑인계 미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보유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

조던 클락슨은 2014년 LA 레이커스에서 NBA에 데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뛴 지난 시즌까지 4시즌 연속 평균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정규리그 통산 301경기에서 평균 27.6분을 뛰어 14.1점, 2.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NBA를 대표하는 식스맨 중 한명으로 특히 1대1 득점력만큼은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필리핀이 조던 클락슨의 합류에 어느 정도로 고무됐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있다. 현지시간으로 16일 자카르타에 도착하는 클락슨은 18일에 개최되는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필리핀의 기수를 맡을 예정이다.

필리핀 매체에 따르면 옝 귀아오 필리핀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나는 클락슨에게 50점을 넣어달라거나 리바운드 20개를 잡아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클락슨이 대부분의 시간을 코트에서 보내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를 기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던 클락슨의 합류는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바로 필리핀이기 때문이다. '허재호'는 최근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여러 국제대회에서 득점력이 뛰어난 상대 가드 수비에 약점을 노출할 때가 많았다.

100% 전력이 아닌 필리핀 대표팀에 조던 클락슨이 가세하면서 이란과 중국, 한국 등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전망됐던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의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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