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김용화 감독,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다

[노컷 인터뷰 ②] "영화에 주변 여성들 이야기 많이 참고하는 편"
"활동적 타성 버리지 못하면 안돼…스스로 나를 벼랑 위에 세워야"
"아시아의 디즈니 되는 게 꿈…우리는 이제 막 출발"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김용화 감독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김용화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신과함께' 시리즈까지 합쳐 6편에 불과하다. 2003년 '오! 브라더스'로 데뷔해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으로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미스터고'에서는 VFX로 만든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 시도에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모든 영화들의 공통점이라면 어디에도 '완전한 악역'은 없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은 없어. 나쁜 상황이 있는 거지'라는 성주신의 한 마디처럼 김용화 감독의 세계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주를 이룬다. '신과함께-인과 연' 또한 천년 전 인간사와 현재의 인간사 모두에서 '용서'와 '구원'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판타지의 형식을 취했을 뿐, '신과함께' 시리즈의 알맹이는 이 시대에 찾아 보기 힘든 따뜻한 인간 군상들의 드라마에 있다. 김용화 감독의 주무기인 '인간적 공감'은 판타지 장르의 이질적인 한계성까지 극복했다. 단점을 장점처럼 꾸미기보다는 장점을 찾아내 극대화시키는 김용화 감독의 특기가 발휘된 결과다.

활동적 타성에 젖지 않고, 스스로를 벼랑 위에 세울 줄 알기에 그는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다음은 이어지는 김용화 감독과의 '일문일답'.

▶ '나쁜 사람은 없고, 나쁜 상황만 있다'는 성주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전체를 꿰뚫고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인간을 바라보는 본인의 시각인가.

- 성주신의 이야기가 내가 바라보는 세계관이자 인간을 인식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떤 순간 악인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영화에 안타고니스트가 등장하는 순간 위기가 생기고 정확한 논리가 생기지만 내 영화 세계에서는 한 번도 악인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 작법을 내가 좋아히지 않는다. 감독의 시점을 관객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47년 동안 사회생활하면서 내가 본 인간들은 그렇다.


▶ 이미 제작과 연출 등 계획이 꽉 차있다. '백두산'의 경우 북한과 중국이 얽혀 있어 조심스러운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차기작 '더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백두산'은 이미 시나리오 나와 있고, 캐스팅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만약 관객들의 반응이나 조심해야 할 걸 알면 망하는 영화를 찍었겠느냐. 일단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거고, 특정 국가를 의도해서 폄하하고 싶지 않다. 절박한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면 위력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더문'은 일단 미국 쪽에 이야기가 번역돼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아직 너무 초기 단계라 다 열어놓고 있는 상태고 프로덕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어떻게 만들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건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숙명적인 삶인 것 같다. 기회는 몇 번 주어지지 않는다. 나를 내려놓지 않고 영화로 표현하려고 하면 그건 내 돈으로 해야 되는 거다. '더문'의 경우, 달에서 바라본 지구가 크다고 하는 이미지에 착안해서 시작하게 됐다. 당장 들어갈까 하다가 비슷한 이야기를 선배(윤제균 감독)가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 미국 반응도 좀 들어야 하고…. 아무튼 잘하고 싶다.

▶ 비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한다고 했는데 가장 본인에게 영향력을 많이 미치는 주변 인물은 누구인가.

- 아내에게 일차적인 이야기부터 힘든 이야기까지 다 던진다. 아내 이야기를 듣고 많이 따른다. 우리 편집기사나 프로듀서도 다 여자다. 여자들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큰 손해를 안 본다. 이게 성별에 치우친 편견이 아니라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세밀하고, 생각이 많고, 깊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편집기사의 경우는 재미가 없으면 '너무 재미없다'면서 엄청 상처를 주기도 한다. 회사 대표 면전에 대고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날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20초 눈을 딱 감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이야기다. 아내는 이번에 감정이 좋은데 CG가 너무 넘친다고 그래서 7분 정도를 다 들어냈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김용화 감독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신과함께' 흥행까지 모두 성공 사례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FX(특수효과) 분야에 꾸준히 매진해 결국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 '활동적 타성'이라는 게 있다. 자기가 성공한 이유가 과거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열심히 하는 거다. 이제 나와 내 식구들이라고 하면 가정 뿐만이 아니라 덱스터 스튜디오, 우리 회사 식구들까지 포함된다. 만약 내가 활동적 타성을 버리지 못하고, 나를 벼랑 위에 세우지 않으면 그들이 날 따르지도 않을 거다. 만약 내가 소재만 바꿔서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찍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도전하는 모습은 위험하지 않고, 오히려 위험이 해체된다고 생각한다.

▶ '또 다른 식구'라고 생각하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 아시아의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픽쳐스처럼 모든 콘텐츠를 기획부터 배급까지, 테마파크 사업까지 하는 회사처럼 되고 싶다. 지금의 디즈니가 10이면 우리는 0.1 정도 되는 출발을 한거다. 굳이 내가 전부 할 이유도 없고, 능력만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내 사진을 걸어 놓고 1대 회장이었다고 말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 (웃음) 그런데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하루 아침에 마블이 만들어진 건 아니지 않나. 지금 시작해 놓으면 10년이나 20년 후에는 그런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급하게만 하지 않고 연속상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합치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전통적인 극장 플랫폼을 위협하는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 시장도 많이 바뀌어 나갈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 극장용 영화와 극장용이 아닌 영화가 극명하게 나눠지게 될 거다. TV나 모바일 관련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고 당연히 영화의 제작편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너무 그게 눈에 보인다. 영화계는 내가 대학교 1학년일 때부터 매번 위기라고 그랬다. 문화는 생성하고 발전하고 소멸을 반복한다. 그 안에서 일정 부분 자생력으로 또 돌파구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발전을 하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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