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연승 동안 쌓인 피로감은 있다. 이날 경기 전 훈련 때 소나기가 내리자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넥센 선수들 사이에서는 "오늘은 좀 쉬어도 되는데"라며 우천 취소를 은근히 기대하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사기만큼은 하늘을 찌른다. 우천 취소 기원(?) 발언 즉시 "경기를 하면 어때? 어차피 우리가 이길 텐데"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말도 이어졌다. 지나가는 농담 속에 뼈가 있었다. 이 정도로 현재 넥센은 패배를 모르는 팀이다.
전날 경기가 그랬다. 당초 넥센은 5회까지 9 대 1로 앞서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6회말 대거 6실점하며 쫓겼고, 8회말에는 필승조 이보근이 다린 러프에게 2점 홈런을 맞고 9 대 10 역전을 당했다. 흐름이 완전히 넘어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넥센은 9회 승부를 뒤집었다. 박병호와 김하성이 삼성 마무리 심창민을 각각 동점포와 역전포로 두들겼다. 11 대 10으로 이기며 팀 최장 기록을 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15일 경기 전에 앞서 "우리 선수들이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영웅 군단의 승리 본능은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넥센은 그동안 활화산처럼 터졌던 타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동력으로 만회했고, 필요할 때 터졌다. 마운드도 든든했다.
1회부터 산뜻하게 출발했다. 선두 타자 안타를 날린 이정후가 후속 땅볼 때 2루에서 아포스 아웃됐지만 김혜성이 2루 도루를 성공시켜 기어이 득점권을 만들었다. 서건창이 적시타로 김혜성을 불러들여 선취점을 냈다.
1회말 구자욱의 동점 홈런으로 1 대 1로 맞선 4회도 마찬가지. 2사에서 볼넷으로 진루한 김하성이 2루 도루를 성공시킨 뒤 임병욱의 적시타 때 2 대 1로 앞서는 득점을 기록했다.
7회도 비슷했다. 선두 타자 김하성이 2루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1사에서 송성문 타석 때 나온 상대 선발 리살베르토 보니야의 폭투 때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다. 김하성은 김재현의 적시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삼성이 7회말 다린 러프의 적시타로 3 대 2까지 추격해온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결승점이었다.
위기는 있었다. 9회말 새 마무리 오주원이 김헌곤, 러프에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 3루에 몰린 것. 그러나 오주원은 노련하게 강민호를 삼진으로 잡았고, 대주자 박찬도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횡사하면서 경기가 끝났다.
결국 넥센은 선발 에릭 해커의 8이닝 2실점 호투까지 더해 3 대 2 승리를 거뒀다. 넥센은 지난 2일 SK전부터 팀 창단 최장 11연승이다.
61승56패가 된 넥센은 이날 롯데와 경기가 비로 취소된 3위 한화(62승51패)와 승차를 3경기로 좁혔다. 농담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무서운 요즘 넥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