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서부지법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고소인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봤고, 그 근거 중 하나로 '상화원 사건'을 들었다.
지난달 13일 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 여사가 법정에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이다.
민 여사 증언과 검찰 측 얘기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8월 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새벽 충남 보령 휴양시설인 상화원에서 안 전 지사 부부와 같은 건물에 있는 숙소를 썼다.
1∼2층이 실내 나무계단으로 연결된 2층짜리 숙소 건물의 2층이 부부 침실, 1층이 김씨 숙소였다.
민 여사는 "오전 4시께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곧 김씨가 방으로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수 분간 내려다봤다"고 증언했다.
민 여사는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며 "잠시 후 남편이 '지은아 왜 그래'라고 하자 김씨는 '아, 어' 딱 두 마디만 하고 쿵쾅거리며 후다닥 도망갔다"고 말했다.
검찰 주장은 달랐다. 반대신문에서 검찰은 "김씨는 방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안 전 지사가 다른 여성을 만나 불상사가 생길까 봐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잠든 것이고, 방 안에서 인기척이 나자 놀라서 내려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상화원을 함께 방문했던 한 중국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새벽에 옥상에서 만나자'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고 안 전 지사의 휴대전화가 착신전환된 수행용 휴대전화로 이런 내용을 받아본 김씨가 안 전 지사를 보호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가 중국 여성과 야밤에 만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될 경우 한중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밀회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 김씨와 검찰 측 주장이었다.
상화원 방문과 투숙은 안 전 지사 부부가 주한 중국대사 부부 접대를 위한 일정이었다.
안 전 지사 측과 검찰의 주장을 볼 때 김씨가 안 전 지사 부부 숙소 문앞까지 간 것은 맞는데 이후 김씨가 부부의 방에 들어갔는지에 대한 얘기는 서로 달랐다.
당시 김씨가 안 전 지사 부부 침실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밝히려는 양측의 논박은 거셌고 여론의 시선도 집중됐다.
재판의 다른 증언 대부분은 양측이 사실 자체에는 동의하되 그를 통해 밝히려는 상대의 논점을 반박하는 식으로 다뤄졌다면 상화원에서 있었던 일은 사실관계에 대한 판이한 주장이 격돌한, 몇 안 되는 지점이었다.
따라서 상화원 사건은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할 수 있는 주요한 대목이 됐다.
검찰과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경청해 숙고한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민 여사 증언이 상대적으로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세부적인 내용에서 증언에 모순과 불명확한 점이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아가 설령 피해자의 진술대로라고 하더라도, 한중관계 악화를 우려해 밀회를 막고자 부부 객실 문 앞에 있었다는 것은 수행비서 업무와 관련한 피해자 종래 입장과 상반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사건 공개와 재판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수행비서로서 지사의 뜻을 전적으로 따라야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런 태도와 상화원 사건에 대한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으로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