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총통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해 제임스 모리아티 미국주타이완협회(AIT) 대표와 가오숴타이(高碩泰) 주미 타이완대표의 영접을 받은 뒤 본격적인 방미 활동에 돌입했다.
타이완 중앙통신사는 이날 저녁 숙소인 LA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모리아티 대표를 비롯해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의 브래드 셔먼, 주디 추 의원 등 미국 내 친(親)타이완 성향 정치인들, 재미(在美) 타이완인 등 12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모리아티 대표는 환영사에서 '有朋友自遠方來,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라는 논어의 구절을 직접 중국어로 인용한 뒤 “차이 총통은 자신과 오래된 친구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는 더욱 좋은 친구”라며 환영했다.
차이 총통은 영어로 진행한 답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완군에 대한 무기 판매를 결정하고 ‘타이완여행법’ 등 중요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6월에는 미국재타이완협회(AIT) 신청사 준공식이 열리는 등 미국과 타이완 관계에 수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양국 관계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재미 타이완인들이 타이완을 위해 수많을 일을 성사시켰다. 타이완의 생존과 발전은 재미 타이완인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미 정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미국과 타이완 고위급 관료들의 교류를 확대하는 내용의 타이완여행법 통과뒤 성사된 차이 총통의 첫 방미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타이완여행법 통과를 비롯해, 올해 미-타이완 관계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고 평가했고 타이완여행법을 발의한 셔먼 의원은 “궁극적으로 타이완 총통의 워싱턴 방문을 실현시키는 게 타이완 여행법의 목표”라며 중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차이 총통은 방미 이틀째인 13일에도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일대 미국 유력 정치인들과 조찬을 시작으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방문해 연설하고 ‘미국-타이완 영화제’ 관련 행사와 리셉션에 참석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차이 총통은 이날 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중남미 순방 첫 번째 국가인 파라과이로 출발한다.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남태평양국가 방문차 하와이를 경유한 적이 있으며 재작년 중남미 방문 때에는 마이애미를 경유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전 방미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특별한 공식 행사를 자제하고 조용히 거쳐가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이 차이 총통을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매체에 공개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중국은 차이 총통의 방미에 강력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엄중하게 항의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원칙과 미국과 중국의 3대 연합공보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무력시위도 빠지지 않았다. 중국 해군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서해의 선박 통행을 중단시킨 채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타이완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더욱 가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