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불출석' 김기춘, 檢 수사엔 왜 응하나

박근혜 청와대-양승태 대법원 핵심 '연결고리'
檢, 사법농단 '투트랙' 수사…현직 판사들 소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박근혜 정권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재판거래를 시도하는데 김 전 실장이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강도높은 수사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전날 열린 재판에 건강상 이유로 출석을 거부한 반면, 바로 다음날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전 실장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정권의 보수단체 불법지원인 '화이트리스트' 혐의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수감생활로 심장질환이 심해져 건강이 많이 안 좋은 상태"라며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된 김 전 실장이 562일 간의 수감생활 끝에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지만, 피고인석에 앉아있을 수 없을 만큼 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다만 김 전 실장은 바로 다음날인 14일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3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정부가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대법원과 수차례 접촉한 단서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사법부가 외교부에 어떤 식으로 접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접촉하는 과정에 김 전 실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외교부 민원을 반영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던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지연시키는 데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외교부 압수수색 때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강도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에도 김 전 실장은 검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6일과 14일 두 차례나 소환에 불응한 상황에서 이날도 검찰에 나오지 않으면, 체포영장이 발부돼 다시한번 구속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48시간 동안 피의자를 구금해 조사를 할 수 있고, 그 시간 안에 신병처리를 결정하게 된다. 또 구속영장은 도주우려와 증거인멸이 있을 경우 발부된다.

소환불응은 도주우려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김 전 실장이 마지못해 검찰 출석을 결심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재판은 의사의 진단서 등을 첨부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수 있다. 또 그 동안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으면서 김 전 실장이 법정 출석을 거부한 적 없어 당장 체포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도 고려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검찰은 재판거래 과정에 박근혜 정권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수사하는 동시에, 의혹 관여자인 현직 판사들에 대한 소환조사에도 속도를 올리며 '투트랙'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전날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한 의혹을 받는 울산지법 정모 부장판사를 소환했다.

정 판사는 지난 2013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등 재판거래 의혹이 담긴 문건들을 작성했다. 또 항소심 결과에 따른 청와대와 정치권의 예상 반응과 이에 대한 대책까지 문건에 적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8일에는 양승태대법원 시절 판사들을 뒷조사한 혐의로 김모 부장판사를, 지난 2일과 5일에는 지난 2016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근무하며 국회의원 재판 현황 등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현직 A판사를 불러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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