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비단 정규리그에서만이 아니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서도 두 팀의 희비가 교차했다. LG 소속 2명이 낙마하고, 넥센 소속 2명이 승선했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은 13일 최종 엔트리 교체 선수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투수 차우찬, 정찬헌(이상 LG)과 3루수 최정(SK), 외야수 박건우(두산) 등 4명을 최원태(넥센), 장필준(삼성), 황재균(kt), 이정후(넥센)로 각각 교체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부상 등의 사유로 제 기량 발휘가 힘든 선수를 교체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선 감독은 "최종 엔트리 24명은 물론 예비 엔트리에 있는 모든 선수들의 몸 상태를 소속 구단 트레이너들과 상의하며 면밀히 체크했다"면서 "그 중 차우찬 등 4명은 크고 작은 부상 등이 이어져 아시안게임 개최 시점에 정상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해 교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LG로서는 씁쓸하다. 최정과 박건우야 3~4주 재활이 필요한 부상이 맞지만 차우찬, 정찬헌은 엄밀히 따져 부상이 아닌 부진 때문이다. 이 LG 좌우완은 선 감독이 마지막까지 정규리그 경기 체크를 하기로 한 10일, 혹은 그 넘어서까지도 출전했던 선수들이다.
차우찬은 올 시즌 7승9패 평균자책점(ERA) 6.97로 부진하다. 특히 최종 명단이 발표된 이후 10경기에서 1승5패 ERA 9.29에 이른다. LG 마무리인 정찬헌은 최근 10경기에서 1승3세이브를 올렸지만 ERA는 무려 14.09다. 최근 무너진 LG 마운드의 현실을 반영하는 두 투수다.
올 시즌 꾸준히 빼어난 활약을 펼친 까닭이다. 특히 최종 명단 발표 후 맹활약하며 코칭스태프에 무력시위를 했다. 최원태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1패 ERA 3.59의 특급 피칭으로 다승 3위, 국내 선수 1위(13승)에 올랐다. 이정후는 7월 타율 4할1푼9리, 8월에는 무려 5할1푼의 불방망이로 타격 전체 1위(3할6푼9리)에 등극했다.
최근 활황세를 달린 넥센을 대표하는 두 선수다. 선 감독은 이들의 발탁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여러 후보들을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 몸 상태와 KBO 리그 성적, 컨디션 등을 고려해 아시안게임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최종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올 시즌 출발은 LG가 좋았다. LG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복귀한 FA(자유계약선수) 김현수가 4번 타자로 채은성, 양석환 등을 이끌었고, 헨리 소사와 타일러 윌슨 등 확실한 원투 펀치에 불펜도 강력했다. 전반기를 4위로 마쳐 2년 만의 가을야구는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반면 넥센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이장석 전 구단대표의 경영권 분쟁 속에 역시 박병호가 MLB 도전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한 달 동안 부상으로 빠진 데다 서건창, 이정후 등도 쓰러졌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도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넥센은 전반기 힘겹게 5위를 지켰지만 후반기 힘을 쓰지 못하며 삼성에 밀려 6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순위도 바뀌었다. LG는 4위를 넥센에 뺏기고 5위마저 위태롭다. 6위 삼성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선 5위다. 넥센은 이런 LG에 3.5경기 차로 앞서 있다. 최근에는 새 외인 타자 제리 샌즈가 합류하면서 2년 만의 가을야구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두 팀의 상황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교체 명단까지 이어졌다. 지난주 장정석 넥센 감독은 최원태, 이정후의 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젊은 선수들이라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라도 무조건 아시안게임에 가는 게 좋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금메달 가능성도 높아 만약 대표팀이 우승한다면 이들은 병역 문제도 해결한다. 넥센은 선수단 운영에 큰 힘을 받게 된다.
LG로서는 차우찬, 정찬헌의 탈락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구위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들이 차제에 약 3주 동안 충분한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나마 LG는 군 미필인 유격수 오지환이 대표팀에서 낙마하지 않은 데 가슴을 쓸어내릴 만하다.
KBO 리그와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한여름, 특히 8월 운명이 드라마처럼 엇갈렸던 넥센과 LG. 과연 남은 기간 엘넥라시코의 축을 이루는 두 팀이 어떤 행보를 걷게 될까. 올해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