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지는 12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에서 KGC인삼공사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당연한 결과였다. 최은지는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2득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득점을 새로 썼다. 앞선 준결승전과 조별리그에서도 뜨거운 어깨를 과시했던 최은지는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중 27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KGC인삼공사 입단이 신의 한 수가 됐다. 2010-2011시즌 IBK기업은행에 신생팀 우선 지명으로 입단한 최은지는 코트에 나서는 시간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후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가 2017-2018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할 당시에도 최은지는 주역이 아닌 조연에 그쳤다.
FA 자격을 얻은 최은지는 변화를 택했다. 그리고 컵대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자신을 영입한 서남원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비주전의 설움을 씻어낸 최은지. 그는 후배들이 자신을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실 KGC인삼공사 입단은 최은지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최은지는 "전 소속팀과 계약 얘기를 나누고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서남원 감독님의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데 직감적으로 어느 팀의 감독님 번호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화를 받고 놀랐다. 감독님께 함께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설렜고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서남원 감독도 최은지에게 붙어있던 물음표가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낌표로 바뀌었다. 그는 "힘 있는 공격을 기대했는데 최은지가 그 역할을 잘해줬다. 리시브 역시 잘해주고 있다"며 "이제는 믿고 한자리를 맡길 수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최)은지가 팀에 와줘서 너무 고맙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당당히 코트의 주역으로 우뚝 선 최은지. 올해 여름은 그에게 가장 뜨거운 순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