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협의하자"…문대통령 평양行 가시권?

북한 "13일 고위급회담 열어 정상회담 준비 논의" 제안 통지문
교착상태 빠진 북미 비핵화협상 돌파구 찾기?
연내 종전선언 추진 합의 이행과 남북교류 협력 속도감 있는 추진 촉구 예상
가을 평양 정상회담, 빠르면 이달내 가능성도 배제 못해

남북은 오는 13일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준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 가을 평양 방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일 오전 통지문을 통해 오는 13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갖자고 제안해왔다.

올들어 남북 고위급회담은 지난 1월 9일과 3월 29일, 6월 1일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이번 회담은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 주목된다.

특히 북한이 설정한 의제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일단 4·27 판문점 선언 이행 상황을 점검하자고 했는데, 현재 남북간에 진행되고 있는 공동연락사무소 개설과 철도·도로 연결, 산림협력 사업, 군사 당국자 회담 합의사항 등의 추진 현황을 살피면서 더 속도감있는 이행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장철운 교수는 "판문점 선언 이후에 진행된 교류협력 사업과 관련해 북한은 대북 제재를 이유로 남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판문점 선언에 '연내 종전선언' 추진이 명시돼 있는 만큼 이를 상기시키면서 '선 비핵화'를 요구하며 종전선언에 소극적인 미국을 우리 정부가 설득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장철운 교수는 "미국의 제재 압박이 강화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국면인데 그나마 신뢰가 있는 우리 정부를 이용해 교착 국면을 타개해보려고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준비 문제들을 협의하자'고 제안한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벌써 두차례나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제안한 정상회담 준비는 지난 4.27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에 평양을 방문하기로 합의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것으로, 이번 회담에서 정상회담 일정이 조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을 정상회담을 위한 첫 실무 준비접촉이 될 수 있다.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서는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 추진 등을 위해 빠르면 이달 안에도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대북 제재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과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이 맞서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창의적인 중재 노력이 다시 필요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두차례의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보듯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스타일"이라며 8월말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런가운데 북한이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에 종전선언을 거듭 촉구하면서도 공격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의미와 필요성을 차분하게 설득하고 나선 배경도 주목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종선선언 발표가 선차적 공정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무슨 일이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며 "종전선언은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종전선언 발표로 조미사이에 군사적 대치 상태가 끝장나면 신뢰조성을 위한 유리한 분위기가 마련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표현없이 상당히 절제된 분위기였다.

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왜 종전선언이 필요한지를 유화적인 톤으로 설명하고 나섰는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다시 방북할 경우 미국에 제시할 답을 준비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묻어나는 논평으로 읽혀진다"고 말했다.

홍민 위원은 "최근 미국은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에도 대북 제재 유지 필요성을 상기시키면서 남북을 동시에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북한을 빨리 설득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이는 미국도 8월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이고, 따라서 물밑에서는 종전선언 추진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 수석대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맡기로 했으며,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표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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