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직원 의자 발로 차고…대구기계부품연구원 민낯

연구원 안에서 성차별 만연…성희롱·성추행 피해 주장 잇따라
여성단체 "감사·감독 실시해야"

9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 대구기계부품연구원에서 발생한 성차별, 성희롱 사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류연정 기자)
시비와 국비로 조성되고 대구시와 정부의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대구기계부품연구원에 성차별,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폭로가 나왔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9일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리를 고발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구원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여직원 중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반면 남자 직원은 10여명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한 여직원의 경우 지난 2007년 계약직으로 입사해 11년 동안 근무했지만 수차례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돼 최근 퇴사했다.

기간제법상 2년 이상 근속하며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연구원 측은 십수차례 계약을 갱신해가며 이 직원을 비정규직에 머물게 했다.


비정규직 여직원들이 정규직 공개채용에 지원한다고 하면 이를 뜯어말리는 남자 상사도 여러명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성차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일부 남직원들은 여직원들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책상을 빼야한다는 말을 일삼았고 임신한 여직원이 앉은 의자를 발로 차는 몰상식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단체는 또 연구원 안에서 성추행과 성희롱도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남자 상사가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르거나 회식에서 함께 춤을 추자고 강요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0년에는 한 남직원이 후배 여직원에게 강제로 술을 먹인 뒤 모텔로 데려가 강제추행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가해자는 규정상 시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지 않고 인사 조치만 당했다.

연구원 안에서 남자 상사가 여직원을 부를 때 욕설을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단체는 "이런 성희롱,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대구시는 연구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노동당국은 수시감독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원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이와 관련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진정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측은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공개채용으로 정규직이 된 여직원이 2명 있다"며 성차별 의혹을 반박했다.

다만 임산부에 대한 반감이나 출산휴가, 육아휴직에 대한 막말의 경우 피해를 겪었다는 내부 제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문제로 꼽힌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다. 그 중 일부는 자정을 위해 최근부터 추진 중이었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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