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논란' KIA 최원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쉬는 것보다는...' KIA 최원준이 8일 넥센과 원정에서 2회 선제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고척=KIA)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넥센-KIA의 시즌 14차전이 열린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경기 전 김기태 KIA 감독은 이날의 선발 라인업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주전 1루수 김주찬이 목 부상으로 빠진다면서 대체 선수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 선수가 대신 들어갑니다"고만 말했다. 취재진이 최원준(21)이냐고 묻자 김 감독은 "다 잘 아시네요"라고 눙쳤다.

김 감독이 최원준을 에둘러 표현한 데는 최근 불거진 '멀티 포지션 논란' 때문이다. 올해 최원준은 내야수 전 포지션은 물론 외야수까지 커버하고 있다. 주로 이범호나 김선빈 등 주전들이 쉴 때 나섰다. 지난달 25일 한화전에서는 1루수와 우익수, 유격수를 번갈아 맡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원준의 포지션을 고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젊은 선수에게 혼란을 덜 주고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2차 1라운드로 1억5000만 원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최원준은 첫 해 14경기 타율 4할5푼8리(24타수 11안타)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은 7일 경기 전 이런 논란을 일축했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KIA에서 최원준이 멀티 포지션이 아니면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출전하지 않으면 어떻게 200타수를 넘게 소화하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원준은 72경기 타율 3할8리 3홈런 27타점을 올렸는데 주로 백업으로 팀 우승에 기여했다. 올해는 65경기 타율 2할7푼5리 3홈런 22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보다 경기 수는 적지만 지난해 156타수를 넘어 207타수를 소화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기회가 온 셈이다.

'멀티란 이런 것' KIA 내야수 최원준은 올 시즌 투포수를 뺀 내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만큼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자료사진=KIA)
8일도 최원준은 존재감을 뽐냈다. 9번 타순에서 4안타 2타점을 몰아쳤다. 2회 적시타로 선제 타점을 올렸고, 8회도 우전 적시타로 4득점 빅이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수비에서 아쉬운 실책이 나왔다. 최원준은 8회 대타로 투입된 정성훈에게 1루 자리를 내주고 우익수로 나섰다. 6 대 6으로 맞선 연장 10회말이 문제였다. 최원준은 2사에서 김규민의 우중간 안타를 잡으려다 놓쳤다. 김규민의 2루 진루를 막으려다 마음이 급해 타구가 앞으로 튀면서 김규민이 3루까지 내달렸다.

결국 마무리 윤석민이 김재현에게 좌중간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KIA는 6 대 7로 졌다. 물론 김재현의 안타가 2루타 이상의 장타라 최원준의 실책이 없었어도 김규민이 충분히 홈까지 뛰어들 수는 있었다. 그러나 2사 1루와 3루, 투수가 갖는 부담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실책이었다.

KIA는 3루수 이범호(37), 1루수 김주찬(37), 좌익수 최형우(35), 지명타자 나지완(33) 등 주전들의 나이가 적잖다. 때문에 최원준 등 세대 교체를 위한 젊은 피들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갈수록 최원준의 출전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김 감독의 말처럼 최원준이 이들을 넘어설 만큼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우승 공신들인 베테랑들을 홀대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최원준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잠재력을 드러내야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있는 최원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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