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4회 시원한 1점 홈런을 날렸다. 0 대 2로 뒤진 가운데 선두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KIA 선발 임기영의 초구 시속 119km 바깥쪽 커브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지난 5일 kt전 멀티홈런 이후 3일 만에 나온 시즌 30호포다. 올해 81경기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2012년 31홈런을 시작으로 박병호는 5시즌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이는 '라이언 킹' 이승엽(은퇴)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달성한 7년 연속 30홈런 이후 역대 두 번째다.
특히 우타자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박병호는 2013년 37홈런, 2015년 52홈런, 2016년 53홈런으로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4년 연속 타점왕까지 석권한 업적은 이승엽도 이루지 못했다.
본인도 뿌듯한 표정이다. 경기 후 박병호는 "홈런으로 기록을 달성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병호는 홈런 1위 제이미 로맥(SK)과 5개 차이로 다가섰다. 로맥은 올해 102경기에서 35개의 아치를 그려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떠올랐다. 아직 차이가 적지 않지만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라면 추격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작 박병호는 홈런왕에 초연한 상황이다. 로맥에 5개 차로 다가선 데 대해 묻자 박병호는 "지금은 개인 기록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홈런왕 레이스에 대한 질문에 거의 같은 답변이다.
팀이 먼저라는 것. 박병호는 "팀 승리가 우선이고, 팀에 도움되는 타격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홈런도 마찬가지다. 박병호는 "상대 선발투수에게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홈런을 쳤다"면서 "기록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기는 경기서 나온 홈런이라 더 기쁘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병호의 말처럼 넥센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넥센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친 박병호의 복귀와 외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의 가세로 상위권 전력으로 꼽혔다. 그러나 박병호를 비롯한 주축들의 부상으로 중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최근 5연승을 달리며 7연패를 당한 LG를 끌어내리고 4위로 올라섰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마무리 김상수가 8일 등판해 부상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올해 팀의 30경기 정도에 결장한 박병호의 책임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박병호가 홈런보다 팀 승리를 최우선에 두는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