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16, 경기체고)는 여자 기계체조 유망주다. 올해 처음 시니어 무대로 올라섰지만, 당당히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됐다. 하지만 여서정을 더 유망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다. 바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이자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여홍철이 여서정의 아버지다.
피는 속일 수 없었다. 여서정의 장기도 아버지와 같은 도마다. 기량도 빼어나다. 6월 포르투갈 월드챌린지컵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아버지에 이어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서정은 8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공개훈련에서 "여자 기계체조는 비인기 종목인데 땀을 많이 흘리면서 열심히 했으니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면서 "아시안게임 단체 3위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막내니까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기술보다는 안정적으로 연기를 펼칠 계획이다. 도마를 앞으로 짚고 뛰어 공중에서 540도를 도는 기술과 유리첸코(땅을 먼저 짚고 구름판을 굴러 뒤로 회전하는 기술) 이후 720도를 트는 기술을 선택했다. 메달 가능성을 높이는 복안이다.
여서정은 "내 기술은 아직 미완성이라 이번 대회에는 하던 기술을 완성도를 높여서 할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실수할 확률이 높아져 원래 하던 기술을 완벽하게 해서 할 것"이라면서 "메달 가능성은 아직 다른 선수들이 어떤 기술을 할지 몰라서 가봐야 알 것 같다. 중국, 일본, 북한과 경쟁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존재는 여서정에게 부담이었다. 여홍철은 '여1', '여2'라는 기술을 등재시킨 도마의 전설이다. 부담이 어깨를 짓눌렀지만, 여홍철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여서정은 "아빠는 그냥 연습하던대로 기량을 맘껏 펼치치라고 했다. 처음에는 부담이 됐는데 이제는 즐기려고 한다"면서 "아빠의 영상만 봤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잘하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딸이다보니 도마에 더 애정이 갔다. 뛰는 종목이 재미있다"고 웃었다.
여홍철의 딸이 아닌 여서정으로, 또 기계체조 선수 여서정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각오다.
여서정은 "TV를 보면 남자 체조는 나오는데 여자는 안 나온다.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이 체조를 한다고 하면 리듬체조를 생각한다. '체조해요'라고 하면 '아 손연재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여홍철 딸이 아니고, 여서정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