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 상당을 지원했음에도 인사 청탁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 전 대통령 측을 '파렴치한 인간들'이라며 격한 심경을 드러낸 내용도 담겼다.
법조계에서는 비망록에 인사 청탁을 목적으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경위가 포함된 만큼 이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증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41장 분량의 비망록 사본을 공개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2월 23일자에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B, 국회의원까지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메모에 대해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자신의 기대와 달리 내정되지 않자 "MB가 원망스럽다.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취급하는지"라며 섭섭한 감정을 적기도 했다.
2008년 3월 3일자 비망록에 "왜 이렇게 배신감을 느낄까. 이상주 정말 어처구니없는 친구다"라며 "나중에 한 번 따져봐야겠다. 소송을 해서라도 내가 준 8억원 청구 소송할 것임.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라고 적었다.
그는 또 같은 달 28일에는 "MB와 인연 끊고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가 괴롭다.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자신이 원하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내정된 사실을 알고 나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원망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석달 뒤인 2008년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2013년 6월 퇴임했다.
7일 공판에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5일간 당뇨 질환 등에 대한 진료를 받고 퇴원한 이후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