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BMW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BMW 측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를 화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며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 결함이 나타났고 EGR 결함률은 한국 0.1%, 전세계 0.12%로 비슷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에서만 특별히 EGR 결함이 더 많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MW의 해명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우선 BMW코리아는 이번 사건 전 2015년, 2016년, 올해 4월 이미 세 차례 리콜 조치를 한 바 있다. 모두 EGR 문제였다. 반면 해외에서 BMW 차량이 EGR 결함만을 문제로 리콜 조치된 적은 없다.
EGR 결함률이 세계적으로 비슷하다는데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 BMW는 이 'EGR결함률' 중 차량 앞부분이 타는 정도의 '레벨3 결함' 비율을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화재 비율은 약 1%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전문가들은 BMW가 근본 원인으로 꼽는 'EGR 부품 문제' 자체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부분의 디젤 차량에 같은 설계의 EGR이 들어가는데 BMW 520d 모델에서만 불이 날 리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예전에는 EGR 장치가 일정 온도가 되면 자동으로 작동됐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전자제어장치(ECU)로 개별 설계되어 있다. 제조 과정에서 국내 차량만 뭔가 다른 설계가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 보존법, 연비 시스템, 엔진 출력 등을 고려해 시스템 설계가 다르게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또 "BMW 520d 모델은 수입차 중에서 유독 젊은층이 선호하고 연비가 좋기로 유명한 모델이다"며 "EGR을 부착하면 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해 출력과 배기가스 배출을 모두 잡으려는 목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다르게 설계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밖에 환경 규제 때문에 EGR에 공기를 과다하게 넣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기가스 냉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EGR 문제로 불이 났다 쳐도, 그 EGR에 명령을 내리는 게 소프트웨어"라며 "근본 원인으로 소프트웨어가 EGR 부품 쪽에 일을 2~3배 가중치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BMW는 디젤차에 대부분 들어가는 EGR을 가지고 계속 부품 탓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특이 케이스 아니라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 미국에서 이런 일 생기면 뒤집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소프트웨어 설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 차를 잘못 만들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해야 하니까 하드웨어 문제로 변명하고 빠져나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MW는 이를 적극 부인했다. 에벤비클러 BMW 부사장은 "한국과 다른 해외 시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모두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적용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