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원 강릉지역 곳곳은 말그대로 한 순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이날 오후 피서철을 맞아 대목을 노리고 있어야 할 강릉 경포해수욕장 인근 진안상가 상인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앞서 이날 오전 3~4시 사이 시간당 93.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상습 침수지역인 진안상가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기 때문이다.
진안상가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여.72)씨는 "어제(5일)까지 너무 더워 이렇게 물난리가 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팔려고 수족관에 넣어둔 고기가 다 죽어서 어떻게 장사를 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상인 정모(여.72)씨는 "가게 안에 물이 차서 장판까지 다 들어냈다"며 "일기예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밑에 물건이라도 위에 올려 놓기라도 했을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상치 못한 기록적인 폭우에 농민들의 마음에도 멍이 들었다.
실제로 앞서 기상청은 지난 5일 오후 예보에서 이날 강원 영동지역을 비롯한 강원 전역에 5~50㎜의 비를 예상하며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새벽 3시48분을 전후로 예상보다 훨씬 강한 시간당 93.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수량도 예보보다 5배 이상 많은 250㎜를 훌쩍 넘겼다.
지난 5일 밤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속초 282.1㎜, 강릉 강문 277㎜, 강릉 194㎜, 고성 현내 184.5㎜, 양양 177.5㎜ 등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강릉지역은 지난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때 기록한 시간당 100.5㎜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역대급 폭우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6시쯤 KTX 강릉역 대합실과 상가 등이 침수되면서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강릉역 직원들과 주변 상가 주인들은 넉가래와 쓰레받기 등으로 바닥까지 들이찬 흙탕물을 빼느라 애를 먹었다.
바닥에 물이차고 천장에서도 물이 새는 곳이 발견되면서 KTX를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신발이 젖는 등 불편을 겪기도 했다.
관광객 이주희(여.34.서울)는 "실내라서 괜찮을줄 알았는데 들어와보니 물이 흥건해서 놀랐다"며 "오전 8시 30분 열차인데 일단 별다른 안내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불안정으로 강한 강수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보다 불안정이 더 크게 나왔다"며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게 되면 불안정해지고 시간당 강수량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해안 지역은 내일(7일)새벽까지 5~50㎜의 비가 더 예상된다"며 시설물 관리와 야영객 안전사고에도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