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4년과 2015년 일반재판운영지원 예산(일반수용비)에 '사법부 공보 홍보 활동 지원' 항목을 만들어 각 9억9900만원씩 모두 20억원 상당을 편성했다. 구체적으로 '사법부 이미지 홍보'(14억3000만원), '국민의 사법 이해 증진'(4억원), '법원전시관'(1억6800만원)으로 구성됐다.
전무후무한 규모의 홍보비를 특정 기간 편성한 배경과 관련해 검찰은 해당 홍보비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대(對)언론 등 로비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에 줄 상고법원 관련 광고비와 여론 조사비를 이 홍보비에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최근 공개된 문건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사업을 위해 수십억원의 세금이 쓰인 것도 문제지만, 이들 홍보비가 일반재판운영지원비로 편성됐다는 것부터 예산 전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을 하기 위해 해당 항목에 국민참여재판 홍보비 등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 홍보비는 2013년과 2014년 '형사재판운영지원'이라는 별도 항목에 모두 10억원가량 책정됐다. '떳떳하게' 홍보가 필요한 사업은 성격에 맞는 항목에 이미 분류했다는 의미다.
상고법원 입법 추진에 수십억원의 혈세를 쏟아 붓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간접운영 경비 항목에 관련 홍보비를 슬쩍 끼워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상고법원 논의가 무르익기 전인 2013년도엔 일반재판운영지원비에 홍보예산이 따로 책정되지 않았다. 상고법원 추진이 물 건너간 2016년엔 일반재판운영지원 예산 항목 자체가 사라졌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또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웹툰, 동영상, 포스터 등 제작에 수억원을 쓴 것으로 내부문건에 드러나 예산 전용 금액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실제로 예산을 전용해서 집행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