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는 왜 신설 자회사를 채용비리로 몰아갔나

정부 채용비리 적폐 강조에 무리한 감사 벌인 정황
노동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속도전 '희생양' 분석
자회사, 해수부 수사의뢰 맞불…경찰 수사에 '관심'

해양수산부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수산부가 산하 기관 자회사에 채용된 경력직 직원이 재직증명서를 냈다는 이유로 채용취소 처분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수부가 이번 감사에서 자회사를 무리하게 채용비리로 몰아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 '재직증명으로 경력 증명 가능' 답변 받아

CBS노컷뉴스는 지난 2일 <"경력 대신 재직증명, 채용취소" 해수부 감사 논란> 보도를 통해 해수부가 여수광양항만공사 출자 법인인 여수광양항만관리(주)에 대해 채용비리를 의심하고 무리한 감사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수부는 지난 4월 감사 당시 지난해 12월 자회사 설립과 함께 행정직 4급으로 채용된 직원 A씨가 채용 당시 경력증명서 대신 재직증명서를 내 채용부적정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다니던 회사가 재직 중인 직원에게 경력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자, 원서 접수 전 접수처에 문의해 '은행제출용 재직증명서로 경력 증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고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허위 경력이 아니기 때문에 경력 확인을 위한 제출 서류의 취지에 부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사진=자료사진)
◇ 채용비리 의심, 전 직장에 경력 확인까지

해수부 담당 감사관이 감사 전 이미 채용비리를 의심하고 있었던 정황도 있다.

당시 감사를 받았던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관은 직원들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더 똑똑하다는데 왜 그랬느냐'는 취지로 추궁하며, 인사위원이 아닌 제3자의 증언을 토대로 채용비리를 의심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해수부는 감사 과정에서 A씨의 경력을 확인하겠다며 전 직장까지 찾아가 인사담당자와 면담했다.

정작 당사자인 A씨는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 전문가 면접위원 전원 최고점 부여

A씨를 채용할 당시 서류와 면접 과정에서 비리를 의심할만한 정황도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여수광양항만관리에 따르면 당시 모두 12명이 응시했고 이중 9명은 경력 미비나 기타 결격사유로 서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5명 면접 규정에 미달됨에도 남은 3명 모두 면접을 보게 했고, 내부 관계자 2명을 포함한 전문가로 구성된 인사위원 4명 모두 A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위원이 참여한 인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A씨를 적임자로 본 것이다.

해수부 감사실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경력 확인이 중요했다"면서도, A씨가 경력증명서 대신 재직증명서를 낸 것 말고는 채용비리로 볼만한 어떠한 근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 가점부여 공고 누락 맞지만 절차 거쳐

해수부는 또 임의로 가점을 부여받아 합격한 B씨에 대해서도 임용취소 조치를 요구했다.

현재 용역근로자의 가점부여에 대해 공고 내용에 누락한 대해서는 사측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점부여는 노사전문가 합의를 거친데다 항만위원회의 의결에 따른 사항으로 출자법인이 임의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


가점부여를 공고에 누락한 잘못은 있지만 이는 당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소수의 인원이 단기간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해야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실수일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정관 위반 지적에 노동부는 "문제없다"

해수부는 자회사 설립과 채용 과정에서 정관 위반과 면접관 선정 과정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러나 채용 관련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의견조회 회신을 통해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노동부는 "사규 없이 이사회 승인을 거쳐 전환대상 직원을 채용하고 이후 사규를 만들어 이를 토대로 임금을 지급한 것은 정부의 지침을 이행하는 과정으로써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의 소지가 없으며 지침의 내용과 부합되는 합리적 조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인사관리 측면에서 사규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나, 이는 법률로 규정한 사항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 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며, 사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사전문가협의회의 합의내용을 전환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확정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써 법 위반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노동부의 이 같은 의견조회 회신이 해수부 감사에 실제로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여수광양항만관리(주) 로고.(사진=자료사진)
◇ 자회사 감사도 위법성 논란에 휩싸여

자회사에 대한 해수부의 감사 자격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수부 감사규정 제4조 1항은 장관이 실시하는 자체감사 대상기관을 해수부 본부와 그 소속기관 등 4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상법상 주식회사인 출자법인은 위 규정이 정한 자체감사 대상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출자법인에 대한 감사가 해당 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자회사에 대한 감사를 하려면 출자회사 관리규정 제11조에 따라 여수광양항만공사에 감사를 요구하여야 한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적 전환이라는 중대한 국가 시책에 맞춰 자회사를 설립했고, 설립 당시 긴급하게 채용을 결정한 직원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하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해수부의 이번 감사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른 속도전과 채용비리 척결 방침에 따른 무리한 감사가 맞물리면서 여수광양항만관리가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해수부-항만관리, 양측 모두 경찰 수사 의뢰

현재 해양수산부는 여수광양항만관리의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수광양항만관리도 해수부에 재심을 신청하는 한편 감사실 직원이 법적인 정당성이 결여된 부당한 처분을 했다며 광양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서 어떠한 의혹도 없으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수사를 통해 모든 것이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는 여수광양항만관리의 채용비리와 관련하여 공개하지 못하는 다른 정황도 있다고 밝힌 상황.

양측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광양경찰이 이번 채용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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