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 박민영 "김미소, 같은 여자가 봐도 멋져"

[노컷 인터뷰] '김비서가 왜 그럴까' 김미소 역 박민영 ①

최근 종영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김미소 역을 맡은 배우 박민영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솔직히 의외였다.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박민영의 '첫 로맨틱코미디'라는 것을 알았을 때,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예쁜 외모,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상큼 발랄한 이미지,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줬던 안정적인 연기력 등을 고려했을 때 로맨틱코미디 제안이 적어도 몇 번은 오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 때문이었다.

박민영이 맡은 김미소는 외모, 재력, 수완 모든 것을 갖춘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분)에게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을 던져주는 역이었다. 반듯한 오피스 룩과 빈틈없는 경어체가 잘 어울리는, 완벽한 업무 능력을 지닌 프로 김미소는 연기하는 박민영도 매력을 느낄 만한 캐릭터였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여주인공 배우 박민영을 만났다.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대여서 그런지 취재진 수가 적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어떤 질문을 해도, 미소를 띠며 차근차근 대답하는 그를 보며 김미소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 박민영의 워너비이기도 했던 '김비서'

박민영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작발표회 당시 오피스 룩이 더 잘 어울리는 체형을 만들기 위해 체중 관리에 신경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몸무게를 더 가볍게 하는 게 아니라,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애썼다. 마지막으로 체중계에서 확인한 숫자는 -4kg였다. 이후에 더 빠졌을지도 모르지만.

본인이 원하는 만큼 옷 태가 잘 나왔는지 묻자 "초반에는 그런 것 같다. 유지를 잘한 것 같다. 적어도 옷을 중간에 늘리지는 않았으니까"라며 웃었다. 박민영은 "한때는 (살이) 너무 빠져서 잠깐 (옷을) 줄인 적이 있다. 제가 되게 피곤하면 밥 먹어야 하는 시간에 자는 습관이 있다. (끼니를) 자꾸 거르게 되니까 그랬는데, 나중엔 힘에 부쳐서 밥심으로 버텨야겠다는 생각에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꼭 맞는 정장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박민영이었지만, 확실히 활동하기 편한 옷은 아니었다. 그는 "저도 그 옷 입고는 밥도 못 먹겠더라. 너무 힘들고 사실 불편했다"면서 "웹툰 속 김비서를 최대한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 그런 똑같은 옷으로 제작해 느낌을 살리려고 했던 거지, 저도 평소 같으면 안 입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옷맵시가 좋은 것은 김비서의 매력 중 하나였을 뿐, 박민영은 김미소라는 사람 자체에 푹 빠져 있었다. 그냥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여자가 봐도 멋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능동적이고 굉장히 주체적인 모습도 멋있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조용한 카리스마 같은 게 좋았어요. (감정을) 드러내고 소리 지르고 언성 높이는 게 아니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잖아요. 앉아서 상사를 보좌함에도 불구하고 상황 대처 능력이나 판을 읽는 능력 속에서 조용한 카리스마가 드러날 때가 있어요. 후배인 지아(표예진 분) 가르칠 때, 잘못하면 진짜 무섭게 혼내기도 하지만 나주에는 농담으로 풀어주고 데려가는 씬이 있어요. 왜 등장인물들이 미소를 아낌없이 좋아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많이 닮고 싶었어요. 제 워너비기도 했어요."

오피스 룩뿐 아니라 극중 김미소의 패션은 '김미소 룩'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사진='김비서가 왜 그럴까' 캡처)
그럼, 김미소와 박민영은 어느 정도로 닮았을까. 박민영은 이 질문에 곤란한 듯 웃음을 지었다. "제가 닮았다고 하면 안 될 것 같다. 너무 완벽한 캐릭터라"는 이유다. 곰곰이 생각한 후 나온 답은 "자본주의 미소가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대중 앞에 늘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표정에 대한 면죄부가 사라지고 나니, 웃는 얼굴만이 남았단다.

이런 부분을 연기에도 살렸다. 미소의 과거 장면을 연기할 때는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모습을 그렸다. 혼내면 찡그리는 그 본심이 다 나왔다. 그러나 '프로 비서'가 되고 나서는 달랐다. 누군가 자신을 화나게 해도 "네, 알겠습니다" 하고 가 버리면 그만이다. 박민영은 "표정 관리에 능한 캐릭터다. 그나마 공통점이긴 한데, 저보다 (미소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점은 술버릇과 가족을 대하는 자세다. 박민영은 "모든 20~30대 일하는 여성들이 겪을 법한 '이게 과연 나의 일인가? 내 행복은 어디 있을까?' 등의 고민을 하고 퇴사 결정을 하는 과정도 저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며 "직업은 완전히 다르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고, 결국 (미소처럼) 똑같이 돌아왔다. 내 생각보다 내 일을 사랑했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라고 밝혔다.

◇ 어려운데 재미있는 '로코' 연기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그이지만,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첫 로맨틱코미디였다. 로맨틱코미디를 본격적으로 접한 소감을 물었더니 "어려운데 재밌다. 하고 나서도 너무 뿌듯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 캐릭터가 이 드라마 안에서 제일 무난한 캐릭터거든요. 모두 개성 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배경색 같은 역할로 인물과 상황, 장소를 이어주는 정보전달 연결고리가 되어 줘요. 그러다 미소라는 캐릭터가 지켜온 선이 한 번에 깨지는 순간이 있어요. 5회 끝에 첫 키스가 실패하는 장면이요. (웃음) 너무 고대했던 자기의 첫 키스를 하려는데 영준이의 트라우마 때문에 실패하잖아요. 하필이면 회전의자에 밀리면서. 정말 애처로웠어요, 제 느낌엔. 입을 쭉 내미는 걸 슬로우를 걸어서 가는데,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너무 웃더라고요. '민영아, 이거 나와도 돼? 써도 돼?' 하시더라고요. 다들 웃으니까 저는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6회 초에도 머리가 잔뜩 쏠려가지고 처음으로 포커페이스 자본주의 미소도 잃은 채 영준이한테 정말 랩 하듯이 쏘아붙이는 게 있어요. 그때 썩소(썩은 미소)가 처음 나온 거예요. 만화처럼 입꼬리가 여기까지 올라가더라고요. 그런 거가 재밌었어요. 다른 배역들처럼 웃기는 한 방이 있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가님께서 한 번씩 미소의 무너짐을 그려주셨어요. 미세한 표정, 눈빛의 변화로요. 웃다가 찡그리다가 하는 것에서 미소의 심경 변화가 느껴지니까, 거기서 재미를 느끼시던데요. 저한테도 숙제였는데 다행이란 생각을 했어요. 저는 미소가 너무 중심만 잡는 캐릭터가 되지 않길 바랐어요. 미소의 매력 포인트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는 이영준(박서준 분)과 김미소(박민영 분)의 어릴 적 인연부터 마음을 확인하고 난 후 서사가 풍성하게 담겨 있었다. 특히 키스씬이 여러 차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김비서가 왜 그럴까' 캡처)
박민영은 첫 로맨틱코미디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다 보니, 시청자가 익히 봐서 예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클리셰 범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혹시 오글거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놀이공원에 같이 가고, 선물을 나누는 어쩌면 간지럽게 느껴질 수 있는 장치들조차 너무 영준이와 미소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민영이 보기에 이영준은 다 가졌지만, 사랑이 결여된 인물이었다. 고민 상담할 만한 사람이라고 해 봐야, 아무것도 몰라서 이혼당한 박 사장(강기영 분)뿐인. 김미소도 그런 점에서는 이영준과 닮아 있었다. 주변에 언니들 말고는 딱히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박민영은 "어릴 때 그 소녀의 감성이 있지 않나. 사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 (미소는) 그걸 한 번도 못 해 본 친구다. 발꿈치 들고 하는 첫 키스를 생각했을 거고. (키스하면) 종소리 울리고.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둘한테는 정말 로망이 진짜 이런 (평범한)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찍으면서 되게 미소답다, 영준이답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아이러니한 게 저도 놀이공원에 불이 하나씩 켜질 때 '우와 우와!' 하더라. 모쏠(모태 솔로)도 아닌데 (제 안에) 숨겨진 소녀 감성이 있었던 것 같다. 저도 신났었다"고 밝혔다.

◇ 소녀 감성 자극했던 장면은

어쩌면 지나치게 빤해 보이지만, 가장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 바로 로맨틱코미디의 특징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이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드라마보다 스킨십의 빈도가 잦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키스씬이 나왔고, 베드씬도 있었다.

박민영은 "저는 키스씬이 많다고 생각 안 했다. (로코가 처음인데) 제가 뭘 알겠나. 엔딩 장면에서 (그동안 했던) 키스씬이 쭉 나오는데 '와,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매번 다른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상황의 임팩트가 강해서 (시청자) 뇌리에 강하게 남겨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배우 박민영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이어, "그냥 뽀뽀가 아니라, 뭔가 임팩트 있는 사건에서 갑자기 고백하면서 먼저 뽀뽀한다거나. 당연히 혼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쁘면 화를 낼 수가 없잖아' 하면서 쪽. 오글거려도 임팩트가 있는 씬이어서, 찍으면서 부자연스럽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민영은 "왜 영준이 미소를 자기 세계로 들이는 게 아니라, 자기가 미소의 세계로 한 걸음 다가가는 건지 감정의 변화가 잘 나타났기 때문에 억지로 (스킨십을) 많이 넣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같이 걷게 되고, 이런 과정들이 키스씬에도 잘 드러나 있다. 처음과 끝을 보면 영준이와 미소의 관계 변화가 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민영은 또한 자신의 소녀 감성을 가장 자극한 장면으로 장롱 키스씬을 들었다. 이유가 독특했다. 그게 가장 '안 멋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보통의 영준이라면 미소의 작은 집, 작은 장롱 속에서 온갖 멸시 당하며 숨어있으면 '너 미쳤어? 내가 누군 줄 알고!' 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 예뻐서 화도 못 내겠네' 하면서 뽀뽀를 하지 않나. 둘의 관계가 진전된 게 보였고, '영준이가 진짜 미소를 사랑하는구나' 느꼈다"고 전했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김비서' 박민영에게 가장 와닿은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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