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인터뷰 해명에 나타난 7가지 문제점

[뒤끝작렬] '그알' 제작진은 시청자를 뭘로 보고있나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캡처)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의 이중 인터뷰 논란에 대한 해명글이 도마에 올랐다.

그알 제작진은 CBS 노컷뉴스의<'그알' 이재명 조폭연루 편 제보자, 이중 인터뷰 논란> 보도와 관련해 지난 3일 '시청자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렸다. 7문장짜리 짧은 글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입장문이 시청자를 오히려 자극하며 프로그램 게시판과 포털 및 SNS 상에는 프로그램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청자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입장문의 문제는 7가지로 요약된다.

◇ 1. 대역 인터뷰의 정당화

제작진은 문제의 제보자 인터뷰가 이중 인터뷰가 아닌 대역 인터뷰였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연출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자막으로 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지는 본방송 도입부에 짧게 보여준 것이 전부다. 이는 방송심의 규정상의 '충분한 고지' 의무에 위배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9조 2항은 모자이크·음성변조·인터뷰 형식 등을 통해 실제상황인 것처럼 연출할 경우, 시청자가 이를 실제상황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연출한 화면임을 자막으로 충분히 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대역을 써야 한다면 '그때 마다' 대역 여부를 고지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제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대역·재연 기법을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부분이 대역·재연 화면인지 표시하지 않은 것은 시청자의 혼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 대역 인터뷰 오남용 실상 은폐

그렇다면 '그알' 제작진은 왜 고지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까?

대역을 쓴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이런 의도는 제작진이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도입부 고지마저도 삭제해 버린 점에서도 읽힌다.

왜 제작진은 대역 사용 사실을 숨기고 싶었을까? 대역 사용 사실을 고지하기에는 너무 많은 장면에서 대역을 썼기 때문은 아닐까?

제작진은 이제라도 어느 부분에서 대역을 썼는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130회 프로그램 도입부에서 사용한 증언들, 가령 '영화 같다' 등의 자극적인 증언도 전부 '페이크'라는 의심을 사게 될 수밖에 없다.

SBS 그알 제작진이 '제보자 이중 인터뷰 논란'과 관련해 밝힌 입장 전문.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캡처)

◇ 3. 물타기

제작진은 해명 첫 문장에서 "탐사 취재 프로그램은 제보자의 요청 시 신변 보호를 위해 대역 재연이 포함된다"라고 적었다.

주어가 '그알'이 아니다.

다른 프로그램도 모두 그렇다는 일반화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다루는 정통 탐사 보도물에서 대역 사용은 일반적이지 않다.

제작진은 두 번째 해명 문장에서도 주어를 뺀 채 "제3의 공간과 제3의 인물 화면으로 전면 대체하게 된다"고 적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모든 프로그램도 그렇다는 식의 물타기 수법이다.

◇ 4. "드라마 찍고 믿어라?"

해명 글의 압권은 세 번째 문장이다. 대역을 쓰더라도 "제보자의 증언 내용은 동일하다"는 대목이다.

대역을 마음껏 쓰더라도 그것은 진리이니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는 뜻이다.

시청자 김윤경 씨는 제작진의 이런 입장문에 "저거(자기)가 뭔데. 탐사보도를 해야지 범죄드라마를 찍어놓고 믿어라? 시청자가 눈뜬장님으로 보이더냐?"고 일침을 놓았다.

김송현 씨도 "국민 한 사람인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공순영 씨는 "국민을 뭐로 보냐"며 "반박한다고 한 내용이 겨우 이거냐"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 5. 언론공학적 해명

해명 글 다섯 번째 문장은 이렇게 돼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앞으로도 좀 더 많은 공익적 제보자들이 용기 내어 증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신뢰성에 흠결이 가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신변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

대역 논란을 제보자 신변보호 프레임으로 덮어버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상당히 정치적이고 언론공학적 해명인 셈이다.

◇ 6. 개선 약속 없어

제작진은 여섯 번째 문장에서 "제보자 보호 차원이라 하더라도 추후에는 동일한 대역 재연 사용 등으로 인해 시청자 여러분에 혼선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겠다"고 적고 있다.

대역을 사용하되 동일인을 쓰지 않도록 '유념', 즉 마음속에 두겠다는 것이다.

'약속'이라는 말은 왜 쓰기 싫었을까?

◇ 7. 사과도 없어

제작진은 일곱 번째 문장에서 '감사합니다'라며 해명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과'나 '반성' 따위는 그알 제작진이 사용하지 않는 말인 듯하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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