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로키스의 마무리 투수 웨이드 데이비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우승한 2015시즌 그렉 홀랜드, 켈빈 에레라와 함께 강력한 뒷문을 구축하며 이름을 날린 불펜투수다. 당시 팬들은 데이비스와 홀랜드, 에레라를 캔자스시티의 '불펜 3대장'이라 불렀다.
데이비스는 2016년 캔자스시티에서, 2017년에는 시카고 컵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2년동안 총 6승3패 59세이브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콜로라도는 지난 겨울 데이비스와 3년간 총액 5200만 달러의 초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평균 연봉 기준으로 역대 불펜투수 최고액 계약을 맺을만큼 데이비스에 대한 기대는 컸다.
세이브 기록만 보면 데이비스는 나쁘지 않다. 7월까지 31세이브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구원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컵스에서 기록한 자신의 개인 최다 32세이브 기록에 1개차로 근접했다. 개인 신기록 달성은 시간 문제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8월 첫 두 차례 등판에서 세이브를 올릴 기회를 연이어 날렸다.
지난 3일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 4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콜로라도가 2대1로 앞선 9회말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역전 2타점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4일 밀워키 브루어스 원정에서는 9회말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에릭 테임즈에게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을 얻어맞았다. 콜로라도는 3대5로 졌다.
데이비스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시즌동안 기록한 블론세이브는 총 5개. 그런데 올해 벌써 여섯 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데이비스는 지난 7월25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서 1⅓이닝 4피안타 1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연장 10회초에서 대량 실점을 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한경기 5실점은 데이비스가 선발에서 불펜투수로 전업한 이래 개인 최다 실점 기록이었다.
6월 중순 4점대로 올랐다가 이후 3점대 중반까지 낮아졌던 데이비스의 올해 평균자책점은 휴스턴전 난조로 인해 다시 4점대가 됐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전에서의 연이은 블론세이브로 인해 데이비스의 평균자책점은 5.09로 치솟았다. 정상급 마무리 투수에게 어울리는 숫자는 아니다.
데이비스의 부진은 직구 구속의 저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국 매체 '팬사이디드'에 따르면 데이비스가 올해 기록한 전체 투구 중 45% 정도가 포심패스트볼이다. 데이비스의 포심 평균 속도는 2015년 96.5마일(155.3km/h)에서 올해 93.7마일(150.8km/h)로 떨어졌다.
이 매체는 데이비스의 구속이 2015년부터 서서히 떨어지고 있지만 커브와 커터 등 전 구종의 헛스윙 유도 비율은 2017년까지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구속도, 헛스윙 유도 비율도 동반 하락했다는 게 '팬사이디드'의 분석이다.
'팬사이디드'는 데이비스가 싱커를 자주 던지지는 않지만 싱커 구종의 위력만큼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볼배합의 변화가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다시 정상급 투수의 위용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콜로라도는 올해 데이비스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불펜이 굉장히 불안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5.23으로 내셔널리그 꼴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9위다.
콜로라도가 올해 기록한 20차례 블론세이브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3개), 미네소타 트윈스(21개)에 이어 총 세 번째로 많다.
브라이언 쇼, 제이크 맥기 등 콜로라도가 올시즌을 위해 거액을 투자한 두 불펜투수는 나란히 6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리며 부진에 빠져있다.
콜로라도가 지난달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고 있는 오승환을 전격 영입한 이유다.
오승환은 콜로라도 이적 후 4경기에서 실점없이 3홀드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토론토 시절의 막판 경기를 포함하면 최근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달리고 있다.
데이비스가 최근 난조를 보이고 있지만 마무리 투수로서 그의 입지가 당장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검증된 투수인데다 경험도 풍부하다. 몸값도 비싸다.
콜로라도로서는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애덤 오타비노(4승2패 4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1.38)와 오승환에게 후반기 더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특히 오승환의 어깨가 굉장히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