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오승환이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처음 몸담았던 친정팀이다. 3일(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디널스와의 경기는 올해 콜로라도의 마지막 카디널스 원정경기다.
현지 언론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의 옛 동료들은 오승환은 반갑게 맞이했다.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는 지난 1일 경기 전 양팀 선수들이 몸을 풀 때 외야를 가로질러 오승환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그는 "오승환과 유진 구(오승환의 통역)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만큼 오승환을 좋아했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원정 4연전 중 3경기에 등판했다. 부시스타디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원정팀 라커룸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직원에게 묻는 등 처음에는 달라진 자신의 환경이 낯설었다.
하지만 부시스타디움의 마운드는 오승환에게 매우 익숙한 환경이었다.
오승환은 이날 콜로라도가 2대1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오승환은 선발투수에 이어 등판한 첫 불펜투수로서 1점차 리드를 지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맡았다. 게다가 타순은 투수 타석인 9번부터 시작됐다. 경기 막판에는 특히 지고 있는 팀의 경우 투수 타석 때 대타를 자주 쓴다.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오승환은 대타 덱스터 파울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최근 타격 감각이 물 오른 맷 카펜터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야디에르 몰리나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가볍게 이닝을 끝냈다.
리드를 지킨 오승환은 시즌 16호 홀드를 올렸다.
콜로라도는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의 9회말 난조로 2대3 역전패를 당했다.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오승환의 역투도 빛을 잃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원정은 콜로라도가 왜 오승환을 영입했는지 이유를 보여준 계기가 됐다.
오승환은 콜로라도로 이적한 후 4번째 등판만에 홀드 3개를 기록했다. 총 4이닝동안 실점은 없었다. 지난 1일 세인트루이스전 만루 위기에서 승계주자 2명의 득점을 허용했지만 적시타는 1개도 맞지 않았다. 오히려 대량 실점 위기를 잘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콜로라도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17로 내셔널리그 꼴찌, 아메리칸리그 구단들을 포함하면 30개 구단 중 전체 29위다.
콜로라도는 현재 58승50패를 기록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에 올라있다. 나란히 60승 고지에 올라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LA 다저스 등 지구 라이벌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볼만한 위치에 있다.
이적 후 4경기, 토론토 시절 막판 8경기를 포함해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달리고 있는 오승환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콜로라도는 4일부터 밀워키 브루어스 원정 3연전을 치른 뒤 안방으로 돌아가 피츠버그 파이어리그와 3연전, LA 다저스와 4연전 등 홈 7연전을 펼친다. 특히 다저스와의 맞대결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승부다. 땅볼보다 뜬공이 더 많은 오승환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투수들의 무덤'에서의 경기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