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마마', '킬미, 힐미'를 거쳐 '그녀는 예뻤다'로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꿰찼고 '화랑', '쌈, 마이웨이', 이번 '김비서가 왜 그럴까'까지 달려왔다.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나영석 PD의 선택을 받아 '윤식당' 시즌 2 멤버가 되고 나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졌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박서준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그는 오디션을 보러 다닐 적에는 작품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지 고민한다고 밝혔다. 장차 되고 싶은 것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였다.
(노컷 인터뷰 ① '김비서' 박서준, 이영준 연기하며 자신을 돌아본 까닭)
일문일답 이어서.
▶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시작부터 시청률이 높았고,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되리라고 예상했는지.
저는 캐릭터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지만, 어쨌든 로코니까 이 장르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최대한 다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장면 하나하나도 감정을 놓치지 않고 연기하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후반에 가서는 정말 잠도 못 자고, 시간에 쫓겨서 (무언가) 놓치는 것 같아 아쉬운 점도 있다. 아쉽지만… (작품 하길) 잘한 것 같다.
▶ 이번 작품이 잘 된 게, 배우 박서준의 자신감에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결과와 지표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따지면 (제가 한 것 중) 시청률이 막 뚫고 나간 것은 없다. tvN 내에서는 잘 나왔지만, 보통 얘기하는 '톱'(TOP)이라고 한다면 시청률 20%는 넘어야 한다 그런 게 있지 않나. 물론 저는 그런 걸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중간에 빈틈은 있었겠지만 인물의 감정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1부부터 16부까지 끊기지 않고 잘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상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덕분에)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응이 좋아서 현장에서 촬영하시는 분들도 힘을 냈다. 그 말씀(좋은 평가)은 무겁게 다가오지만, 저는 그동안 노력해 온 것과 (이번이)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도 그렇고 평소에 일상 연기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 같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저는 늘, 재밌고 유쾌한 게 좋다. 그래서 말할 때도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어색함을 깨려고 농담하는 걸 좋아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호흡 자체도 악센트를 주기보다는 평소 말투에 가깝게 하는 저만의 호흡이 있는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드라마 초반에… 제 입으로 말하긴 되게 민망한데 (일동 웃음) 되게 영리하다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완급 조절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를 잘 구사한 것 같아서 너무 놀랍다고. (일동 폭소) 그래서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웃음) 작품 끝나고 잠깐 만났다. 드라마 찍고 있을 때는 집중하길 바라셔서 특별히 작품 얘기를 하진 않으셨다.
▶ 연기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나.
부족한 건 너무 많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감정씬을 찍을 때, 가끔 현장에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게 느껴지면 어색해져서 감정이 확 깨지고 다시 잘 안 잡힐 때가 있다. 그 부분은 아직도 제가 많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다.
▶ 반대로, 자신만만하게 자랑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끈기! 쉽게 포기하진 않는다. 해볼 때까진 해 보는 것 같다. 책임감은 있는 것 같다. 100%까진 아니더라도 98%까지는 가자는 주의다. 할 수 있는 한 노력하는 것.
▶ 아까 시청률로 막 뚫고 나간 건 없다고 했는데, CF를 10개 넘게 하더라. 이건 확실한 지표가 아닐까. 대세라는 평가에 대해 중압감은 없는지.
아시다시피 그 광고들은 '윤식당' 끝나고 나서부터 들어온 거다. 처음에는 '윤식당'이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민폐 끼치는 게 너무 싫어서 하루하루가 미션인 것처럼 최선을 다했다. 에너지를 확 쏟아부었다. 방송은 한두 달 있다가 됐는데 '아, 저 때 되게 열심히 했구나' 하고 생각하긴 했다. 그 모습을 너무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더라. 제 나름대로는 대단한 결심을 한 것도 있다. (예능인 만큼) 제 본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되니까. 그래서 고정적인 내 이미지가 생겨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가 하나, 두 개 들어올 때는 되게 좋았다. 이게 점점 늘어나니까 좋은 것보다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광고가 10개 이상 넘어가면, 1년에 광고를 위한 촬영횟수와 행사만 해도 100일이 넘어간다. 스케줄이 말도 안 된다. 5월달에도 죽을 뻔했다. 이만큼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해 관심과 호감을 갖고 계시는구나 하면서도, 내가 이것까지 감당할 수 있는 깜냥이 될까 하는 생각 때문에 되게 많이 부담스러웠다. 위태로운 느낌도 들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아직 있지도 않은 후폭풍 같은 것도 상상하게 되고. 지금은 내가 열심히 하고 있고 그걸 좋게 봐 주셨으니 광고 현장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너무 감사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소화할 것이다.
▶ 30대에 들어섰다. 새롭게 생긴 목표가 있을까.
늘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제가 조금이라도 공감하지 못하면 확신을 못 할 것 같아서. (나이 차가) 5년 안쪽 정도라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캐릭터들을 계속 선택해 오고 있다. 아직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저도 마블 되게 좋아한다. 남자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한국식 히어로는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그런 것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 다음 작품으로 오컬트 장르 영화를 하게 됐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사자'는 오컬트 무비고 안성기 선생님이 나오신다. 장르는 오컬트인데 이야기는 따뜻하다. 역할 자체는 다른 작품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설정 자체가 조금 다르다. 아버지를 잃은 자가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따뜻함을 만들어 나가는지를 그린다. 영화는 9월 초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 교도소 경비로 군 복무를 해, 교도소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찍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관련된 작품 섭외가 오나.
아직까지 들은 건 없다. 역할이 저와 맞는다면 할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윤식당' 할 때 이우정 작가님을 뵀는데 그때 '슬기로운 감빵생활' 집필 중이셨다. '너랑 얘기 좀 할 걸 그랬다'고 하시더라. 2년을 있다 보니 에피소드들은 굉장히 많다.
▶ 자신의 삶을 이끄는 좌우명이 있다면.
좌우명은 딱 뭔가를 정해야 할 것 같지 않나. 제가 항상 했던 얘기가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거였다. (웃음) 지금도 그 마음에 변화는 없지만 좌우명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진 않다.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말, 어떤 행동에 대해 별로 갇혀 있고 싶지 않더라. 나는 늘 정직한 사람, 올바른 사람, 경솔하지 않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제 행동에 제약이 걸리기 시작하더라. 제가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편한 사이에서까지도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봤다. 딱 기준을 정해서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
▶ 가장 마음에 드는 수식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떤 수식어가 있을까. (웃음) 제 입으로 얘기하기가… (일동 폭소) 저는 어느 정도 친근함은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영준이 캐스팅 나왔을 때 안 어울리지 않냐는 반응도 나온 것 같다. 친근한 모습이 대중에게 익숙한 것 같고, 수식어는… 잘 모르겠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 지금, 박서준의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작품을 어떻게 잘해나가느냐가 지금의 목표다. 데뷔하기 전 형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작품을 하고 싶다는 고민이 당장은 가장 크겠지만 (앞으로는) 뭘 채워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 될 거라고. 지금은 제가 오디션을 보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어떻게 잘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글쎄,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 이게(연기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나서는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 본인이 꿈꾸는 이상형은.
예전에는 외모를 굉장히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뭔가 FM적인 대답을 하고 싶진 않은데 (웃음)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내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코드도 잘 맞아야 하고.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이상형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저도 순애보가 좋은 것 같다.
▶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가는 편인가.
오래 가려고 한다. 오래 가기 위해서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친한 사이일수록 더 실수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서로 지켜야 할 것을 잘 지킨다면 오래 갈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 인연이라는 게 쉽게 맺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지내려고 한다.
▶ 시간이 있을 땐 무엇을 하나.
그냥 운동한다. 근데 올해는 시간이 없다. (웃음) 되게 동적인 스타일인데 모든 시간이 저를 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일동 폭소)
▶ 연기 외에 관심사가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 스페인 갔다 와서 느낀 게 언어가 너무 중요하다는 거였다. 특히나 외국 여행 가면 언어가 조금 더 됐다면 더 많은 소통을 해 볼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 날 때마다 언어 공부하려고 한다. 그전에 쭉 하다가 지금은 짬짬이 공부한다. 차근차근 멀리 보고. 일단 영어부터 하고 그게 되면 다른 언어도 해 보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