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팀인 두산 선수들은 간단하게 경기 전 훈련을 마쳤고, LG 선수들은 자율 훈련으로 대체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연신 수건으로 땀을 훔쳤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 인터뷰 때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마자 서둘러 냉풍기 방향을 조정했다. 김 감독은 "어제 경기를 보니 김현수(LG), 류지혁 빼고는 전부 더위를 먹은 것 같더라"면서 "더그아웃 쪽은 홈플레이트 뒤쪽 인조잔디의 지열까지 겹쳐 열기가 엄청나다"고 혀를 내둘렀다.
연일 이어진 폭염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달 31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선수 보호를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경기 취소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경기 개시 시간을 늦춰달라는 방안도 요청했다.
하지만 올해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으로 약 3주 동안 휴식기가 있어 일정이 빠듯한 상황. 이미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도 상당한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경기 개시 시간을 늦추는 방안은 어떨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우선 현장의 의견부터 그렇다.
김 감독은 30분이나 1시간 지연 시작 의견에 대해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밤 늦게까지도 열기가 남아 어차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 밖으로 나가도 아스팔트에서 훅 열기가 끼친다"면서 "경기 취소가 아니면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중일 LG 감독도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늦게 시작하면 그만큼 끝나는 시간도 늦다"면서 "팬들이 귀가하기에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류 감독은 무더위에 더그아웃이 아닌 원정팀 라커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수들의 의견도 대체적으로 두 감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산 선수들은 전날 폭염에 따른 경기 취소와 개시 시간 지연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현실적으로 일정상 취소가 어렵다는 데 공감한 가운데 경기 개시 시간 지연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올해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쪽 대륙과 남쪽 해양에서 모두 뜨거운 기류가 오면서 역대급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폭염이 올해에만 그치지 않고 한반도 전체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연 프로야구를 강타한 무더위에 어떤 해법이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