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북미향 CDMA 지원 모델에 퀄컴 칩을, 유럽향 GSM 지원 모델에는 인텔 칩을 사용해왔다. 특히 퀄컴과 애플은 10년 가까이 두터운 파트너십을 유지해왔지만 퀄컴의 높은 로열티에 불만을 가진 애플이 지난해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 했다며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고, 이에 퀄컴이 카메라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서 애플이 자사 특허를 침해 했다며 맞소송전을 벌였다.
앞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펼쳐왔다며 퀄컴 3개사에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하자 퀄컴이 불복 소송을 내면서 애플과 더 틀어졌다. 애플이 소송에서 공정위 측 보조참가인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 등이 공정위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초 퀄컴과 상호간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송에서 빠졌다. 결국 애플이 공정위와 함께 퀄컴 탄핵의 선두에서 서게 됐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퀄컴과 5G 이동통신용 칩 생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면서 애플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디지타임스에 밝힌 복수의 소식통은 애플이 올해까지는 몰라도 5G 네트워크가 상용화되는 2019년 원활한 5G 모뎀칩 공급을 위해서라도 5G 모뎀칩 선두주자인 퀄컴을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프리미엄 아이폰에 불확실한 비퀄컴 5G 칩을 탑재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현재 대만 미디어텍(MTK)은 애플 발주를 목표로 TSMC에서 7나노(nm) 공정을 사용한 5G 모뎀칩 헬리오 M70(Helio M70)을 개발하고 있다. 이 모뎀칩은 최대 5G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플이 2019년 아이폰에 퀄컴 모뎀칩 사용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 세계 5G 모뎀 칩 제조사는 자사 5G 장비에만 사용한다고 밝힌 화웨이(발롱5G01)를 제외한 퀄컴(X50), 인텔(XMM8060), 삼성전자(엑시노스 5G) 등 3곳 밖에 없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 제품 신뢰도가 높은 퀄컴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기 5G 모뎀 칩은 호환성을 위해 기존 4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인 4G LTE를 포함하는 듀얼 모드 형태 또는 통합 칩셋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인텔의 XMM8060은 5G와 함께 2G, 3G, 4G를 모두 지원하는 통합 칩셋으로 당분간 듀얼 모드를 적용해야 하는 퀄컴보다 유리하지만 상용화는 내년 3분기~4분기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부품 공급이 중요한 애플 입장에서 인텔만 바라보기도 쉽지 않다.
퀄컴이 로열티 갈등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조짐이 없는데다 애플이 올해 사실상 인텔 칩만으로 아이폰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퀄컴이나 애플이나 협상 문은 열어둔 상태다.
퀄컴도 애플같은 큰 고객을 잃는 우를 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애플이 퀄컴 칩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퀄컴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도 이같은 고민을 방증한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는 "로열티 문제가 해결되면 애플과의 불화도 해결될 것"이라며 여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참에 로열티를 손 보려는 애플때문에 당장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삼성과 애플간의 소송처럼 결국 서로 얻어낼 것은 얻어내며 합의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