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문제를 해결하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노동조합법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개혁위는 지난달 31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15대 과제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과제별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해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일 밝혔다.
노동개혁위는 지난해 11월 노동부 장관 자문기구로 출범해 15대 과제를 선정하고 9개월 동안 고용노동행정의 부당행위 및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왔다.
◇"법원도 인정한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특히 노동개혁위는 15년 가까이 논란을 일으켰던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당사자 확정을 위한 조사를 토대로 직접고용 명령, 당사자간 협의· 중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조속히 취하라"고 권고했다.
현대·기아차 생산라인의 사내 하청이 불법파견임은 이미 수차례 법적으로 인정됐다.
노동부도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현대차 사내하청 127개 업체의 9234개 공정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하기도 했다.
법원 역시 지난 2010년과 2015년 대법원 판결, 2014년 1심법원, 2017년 고등법원에서 모두 현대·기아차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그동안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근로감독 등 관련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360명의 노동자가 집단으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지난해 2월 고등법원 판결 이후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이외에도 약 400명이 2차로, 300명이 3차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1심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고용노동부는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에 대해 즉각 시정명령을 내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노동개혁위는 2010년 8월 접수한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해 5년이 지난 2015년 10월에야 검찰에 송치하고, 2015년 7월 접수한 기아차 불법파견에 대해 노사합의를 이유로 3년 이상 장기간 사건을 방치하는 등 노동부가 사건처리를 지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공정에 대해 파견법 위반(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근로감독관의 최초 의견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라 불기소의견(적법도급)으로 송치하는 등 검찰의 부당한 수사지휘 사례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노동개혁위는 김 장관에게 "자동차 업종 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부당처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또 관련 법원 판례를 반영해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 사내하도급 파견 관련 사업장 점검요령 등을 개정하고, 파견법 위반 감독 및 수사에 있어서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침 및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동개혁위는 위처럼 집단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항을 감안해 법원 확정 판결 이후 즉시 이행토록 조치하자는 내부 소수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노동개혁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강행된 전교조 법외노조 판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 아님 통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개혁위는 조사 과정에서 법외노조통보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존재하였을 정황을 확인했고, 당시 담당 국장으로부터 "10여 년간 활동 중인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부담스러웠으나 자신의 의견을 반영되지 않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전교조가 다수 언급된 점과 최근 불거진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 등을 감안할 때 청와대를 중심으로 외압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즉시 직권으로 취소하는 방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삭제해 해결하는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반려할 만한 사유가 생겼을 때 행정관청이 노조에 시정을 요구하고, 노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아님’을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정작 노조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는데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시행령으로 박탈할 수 있도록 한 셈이어서 위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노동자 개념을 협소하게 규정한 노조법 조항과 해고자, 실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의 관련 조항을 단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이에 대해 노동부 김영주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전교조에 내려진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법 개정에 주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사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행정조치를 취소하는 것보다는 법령상 문제가 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 삭제 권고에 대해서는 "현행 조항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노사관계법제도 전문가위원회에서 제도개선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므로 이와 연계해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외에도 노동개혁위는 삼성전자서비스 등 11개 사업장에서 벌어진 노조 무력화 사태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등의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해 노동부 스스로 부당노동행위 수사관행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도록 촉구했다.
또 부당노동행위 규제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고, 노조무력화 공작의 실체 규명 및 정부기관·컨설팅업체 등과의 유착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