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배달노동자, 폭염속 1인 시위 나선 까닭

"폭염수당 지급해 달라", "폭염에도 작업중지권 확대해 달라"
"폭염수당 요구는 우리가 흘린 땀 존중해달라는 의미"
"작업중지권 요구는 돈 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 이야기 한 것"

지난 25일부터 서울의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비정기적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맥도날드 배달노동자 박정훈(33) 씨. 사진=박정훈 씨 페이스북
서울에는 3주째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다. 1일 서울의 기온은 기상 관측 111년 사상 가장 높은 39도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극심한 폭염 속에서 1주일 넘게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맥도날드 배달노동자 박정훈(33) 씨다.

◇ "폭염수당 지급해 달라", "폭염에도 작업중지권을 확대해 달라"

요즘 전국의 날씨는 가히 자연재해 수준이다. 몇 주째 35도를 웃도는 초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외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의 고통이 배가 되고 있다. 폭염이 고통스러운 건 배달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의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비정기적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박 씨는 폭염 속 배달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 씨는 1일 CBS노컷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폭염 속에서 배달을 하다 보면 머리가 어지럽다. 지열과 버스 등 차량에 내뿜는 열기와 매연 때문에 숨이 막힌다"며 "태양 직사광선 때문에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을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 씨가 맥도날드에 요구하는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 배달노동자에게 '폭염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박 씨는 "맥도날드에는 '날씨수당'이 있다. 눈이나 비가 오면 100원의 추가수당을 준다. 하지만 폭염이나 황사·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추가수당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둘째, 작업중지권이 폭염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씨는 "맥도날드는 비나 눈이 올 경우 노동자의 요구에 따라 배달 거리를 제한하고, 폭우나 폭설이 쏟아지면 배달 자체를 금지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는 소극적인 의미의 작업중지권이다. 이를 폭염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업중지권의 실효성 확보도 중요하다.

1990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26조는 작업중지권을 명시하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사업장에서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가 즉각 대피해 이를 보고하고, 작업을 스스로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러나 한국비교노동법학회가 2014년 8월 발간한 '노동법논총' 제31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중소규모 이하 사업장에서는 작업중지권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지 않다.

논문 저자 조흥학은 "현행 산안법상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경우 사업주에게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근로자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또한 사업주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법적책임이 노동자에게 부과되므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씨가 폭염 속에서 길거리에 나온 이유는 소박했다.

"100원의 추가수당을 요구한 것은 '돈을 많이 주면 일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흘린 땀을 존중을 해달라'는 겁니다. 또한 작업중지권을 이야기한 것은 '돈 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이야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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