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맨5인방'·'설득거점의원'…대법관까지 국회 로비 동원 의혹

양승태 사법부, 상고법원 추진 위해 의원별 '맞춤전략' 의혹
의원들 법원 내 친분관계 이용해 접근하기도
동시에 청와대 설득작업도 진행…김기춘 활용 계획도 등장

대법원 전경. (사진=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를 상대로 현직 대법관까지 '접촉선'으로 동원하고 법원이 의원들의 지역구 현안 해결에 나서는 등 전방위 로비를 기획한 정황이 법원 내부문건을 통해 공개됐다.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사법농단' 의혹 문건 196개에는, 당시 행정처가 국회의원들을 '키맨 5인방'으로 설정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의원별 맞춤전략'을 펼치려던 정황 등이 담겼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환경 중간상황 점검' 문건에는 '대표 등 선배·동료 의원을 통한 설득 전략 고려'라는 구체적인 의원 설득 방안이 등장한다.

문건에 따르면, 해당 키맨 5인방은 김진태, 김도읍, 이한성 등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검찰출신 의원 3명과, 당시 야당인 전해철, 서기호 의원이었다. 특히 행정처는 법원 내 지인을 동원해 서 의원을 우회적으로 설득 시도하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상고법원 도입이 난항을 겪자 행정처는 '상고법원 입법추진동력 boom-up 방안 검토' 문건을 작성해, 의원뿐 아니라 전문위원·입법조사관을 상대로 다각적인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는 계획을 세운다. 의원 로비 범위는 광범위해졌고 문건에서 사용하는 어휘도 거칠어졌다.


여기에 행정처는 상고법원 반대 의견이 더욱 고착화되기 전, 공략대상을 나눠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전문위원은 실장·부장판사급이, 입법조사관은 평심의관이 분담토록 했다.

행정처가 2016년 7월 이춘석 의원과의 만찬 자리에서 로비를 한 정황도 문건에 포함됐다. 해당 문건은 이 의원 설득 전략으로 '율사(변호사) 출신으로서 법원과도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 '평소의 친분관계를 이용' 등을 들었다. 그를 향후 유력한 법사위원장 후보로도 평가했다. 현장에는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과 대전지법 수석부장판사가 참석했다.

2015년 3월 작성된 '법사위원 대응전략' 문건에는 행정처가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 현안을 '강원디자인센터 춘천 유치'라고 보고, 현직 대법관을 활용해 설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검토했다. 심지어 재판의 양이 가장 많다는 현직 대법관을 '접촉루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고등부장판사들과 함께 가용자원으로 활용하려한 정황도 문건에 적시됐다.

행정처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넘어 국회 내 영향력이 큰 의원들까지 챙기려고 했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對국회 전략' 문건에는 '치밀한 對국회 전략 여전히 긴요'라는 표현과 함께 '설득거점 의원'이 제시돼 있다. 해당 의원은 이병석, 김무성, 유승민, 우윤근, 이춘석, 전병헌 의원이다.

국회 설득이 만만치 않자 행정처는 청와대도 동시에 설득했다. 임종헌 당시 차장이 작성한 '정기국회 이후 성공적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대응전략' 문건에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피해 대통령을 설득하자는 방안이 담겼다.

당시 우회 로비 대상자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적시됐다. 당시 VIP(대통령)가 신임하는 인사라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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