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허용놓고 찬반 격돌

비영리병원은 이윤추구 안하나 VS 영리병원 허용하면 좀비처럼 번져

제주 영리병원 공론조사 토론회 현장 모습. <사진=고상현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 여부를 판가름할 공론조사를 앞두고 도민 토론회가 30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공공의료체계 붕괴 우려를 두고 오랜 논란이 이어진 만큼 찬‧반측 간 열띤 공방이 오갔다.

찬성 측은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장성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고태민 전 제주도의회 의원이 나섰고, 반대 측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오상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선전부장이 참석했다.

◇ "고비용‧의료여건 열악" VS. "우려 無…피해소송시 도민 부담"

이날 발제자로 나선 우석균 정책실장은 "중국자본이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도민 삶이 나아질지 의구심이 든다"고 운을 뗐다.

우 실장은 "영리병원은 주목적이 주주들의 이윤배당에 있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진료 인력을 줄이고, 치료재료의 질을 떨어트리게 돼 결과적으로 의료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 실장은 "태국 등의 사례를 보면 영리병원 하나 생기게 되면 그 주변 병원들도 '좀비효과'처럼 영리병원으로 바뀌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증은 휴지가 되고, 의료비도 폭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업자 측 발제자인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영리병원이라면 과연 이윤 추구를 안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신 교수는 "국공립 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이 만성 적자로 문을 닫은 것처럼 비영리병원 기관이 마냥 좋은 게 아니라 폐업하면 지방정부에 재정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보건복지부에서 이미 공공의료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뒤에 승인했다"며 "나중에 허가 취소 시 사업자 측에서 투자비용 등 1000억 원 규모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하면 도민이 다 떠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공론조사 위법" VS. "의혹 충분히 해소 안돼 필요"

토론회가 끝난 후 한 시민이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이날 녹지병원 설립 허가를 앞두고 공론조사를 진행하는 부분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도 양측 간 의견이 엇갈렸다.

고태민 전 제주도의회 의원은 이미 정부로부터 사업계획이 승인된 상태에서 제주도가 공론조사를 진행하는 부분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고 전 의원은 "외국의료기관은 관련법에 나타난 절차상 허가 요건을 갖추면 허가해야 하는 지속행위"라며 "그 절차와 요건 미비로 보완을 요구할 수 있지 이렇게 타당하느냐 마느냐의 이유로 불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녹지병원 도입 문제는 이미 복지부 승인을 받는 등의 과정에서 공론화를 마쳤다"며 "또 공론조사를 하게 되면 외국 사업체에서도 신뢰를 저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상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선전부장은 "제주도 보건의료특례법상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유사 의료 경험 유무 등이 확인해야 하는데 보건의료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해 본 적이 없다"며 고 전 의원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 부장은 특히 "국내의료법인이 우회 투자 등을 통해 영리병원 사업에 관여할 수 없지만, 녹지병원은 미래의료재단 등이 컨설팅에 참여하는 등의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며 "관련법상 불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말했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이번 지역별 토론회를 진행한 후 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2주 동안 1차 공론조사(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200명의 도민참여단을 모집해 2차 공론조사를 실시하고, 9월 중순에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권고안을 제주지사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모두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46병상 규모(지상 3층, 지하 1층)로 지어졌다.

사업자는 중국 녹지그룹에서 투자해 설립한 그린랜드헬스케어(주)이며, 진료과목은 성형‧피부‧내과‧가정의학과 4개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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