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지난 1978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이 확정된 고(故)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1931년 생인 김씨는 지난 1989년에 사망해 고인이 됐다.
김씨는 지난 1977년 8월 27일 버스 안에서 승객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는 나쁘다. 박정희와 대결하여 죽이겠다. 박정희는 홀애비 생활 3년간 하면서 연애를 많이 했다. 영화배우와 정을 통했다"고 수 차례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서울지방법원 성북지원은 김씨가 유언비어 유포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김씨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이 기각했고, 대법원 상고도 기각돼 1978년 5월 판결이 확정됐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 국민주권주의에 비춰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이에 검찰이 지난해 10월 김씨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20일 재판부는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경우, 법원은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은 위헌으로 효력이 없는 대통령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무죄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에게 만시지탄이지만 뒤늦게나마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5년 5월 만들어져 1979년 12월 해제된 긴급조치 9호는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및 사실의 왜곡·전파행위 금지', '유신헌법을 부정·반대하거나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으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