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보다 한 달 일찍 수확하는 햇포도의 새콤달콤한 맛을 홍보하고, 농가에도 보탬을 주기 위해서다.
한여름 행사다 보니 주최 측은 언제나 더위 대비책을 강구한다. 축제장 전체를 그물막을 덮고, 체험·판매부스마다 대형 선풍기와 얼음물을 비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악의 가마솥 폭염이 몰아닥친 올해는 이 정도 대비로는 어림도 없었다.
폭염경보 속에서 지난 주말 개막한 축제장은 '찜통' 그 자체였고, 애써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서둘러 발길을 돌리기 바빴다.
옥천군은 사흘간 열린 이번 축제 방문객이 7만800명으로 전년(8만860명)보다 1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농산물 판매액도 5억1천만원에 불과해 축제준비에 들어간 예산(4억5천만원)을 가까스로 넘는 데 그쳤다.
이재실 옥천군 친환경농축산과장은 "축제기간 최고 기온이 36.3도를 찍으면서 체험부스 온도는 50도까지 치솟았다"며 "살수차까지 동원해 물을 뿌렸지만, 달아오르는 열기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촌에서 열리는 농산물 축제와 직거래 장터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방문객 수가 뚝 떨어지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흥행에 실패한 행사가 속출하고 있다.
경남 함안에서 지난 21일 개막한 강주 해바라기 축제는 방문객이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8만㎡ 규모의 널찍한 해바라기밭 주변에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원두막과 텐트를 설치하고, 선풍기와 양산 등도 갖춰놨지만 전시용이 되는 날이 허다하다.
조문삼 축제 위원장은 "부대 행사로 기획한 농산물 판매장과 먹거리 장터 등이 일제히 개점휴업 상태"라며 "과거 인파가 몰리던 품바 공연장도 연일 파리만 날린다"고 꺾일 줄 모르는 더위를 원망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햇전어를 맛볼 수 있는 삼천포 자연산 전어축제도 폭염 기세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개막 이후 나흘 동안 사람 구경을 못한 식당가는 주말과 휴일 특수를 기대하지만, 당분간 35도를 안팎의 불볕더위가 이어진다는 소식에 올해 축제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지난주 열린 단양 마늘축제도 썰렁하게 끝났다. 단양군은 올해 축제에 1만5천명이 찾았고, 마늘 판매액은 2억원이라고 집계했다. 작년보다 방문객은 33.3%, 매출은 30% 감소한 수치다.
단양군 관계자는 "하루 3천개씩 준비해놓은 얼음 생수가 순식간에 동날 정도였다"며 "내년에는 무더위를 피해 행사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취소되거나 단축 운영되는 행사도 있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주 개최하려던 제4회 섬진강문화 재첩축제를 무기한 연기했고, 전남 화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28일 개막한 복숭아 문화축제는 한낮 폭염을 피해 행사기간을 이틀로 늘리는 대신 더위가 한풀 꺾이는 오후 늦게 기념식을 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27일 시작된 찰옥수수 축제장에는 폭염에 맞서는 냉방장치가 긴급 동원됐다.
'쿨링포그(Cooling Fog)'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정수된 물을 안개처럼 미세입자 형태로 분사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군 관계자는 "폭염 때문에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홍천강에 부교를 설치하고, 카누 체험 등을 새로 기획하는 등 수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지난 22일 수은주가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인 38.2를 찍은 데 이어 열흘 넘게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축제와 더불어 농산물 직거래 장터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 방송사와 함께 마련하던 농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을 중단했고, 인천농협도 계양구청 광장에서 매주 금요일 운영하던 농산물 직거래 장터 폐장시간을 오후 3시로 2시간 앞당겼다.
인천농협 관계자는 "이달 들어 고객이 20% 이상 줄었고, 당일 팔지 못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의 특성을 고려해 폭염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은 장터 운영을 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