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는 여전히 비핵화-체제안전보장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8월에도 뜨거운 협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유해송환은 긍정적인 신호"…다음 단계 나아갈까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은 지난 27일 북한은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자신들이 수습한 미군 유해 55구를 인계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미군 전몰 장병들의 유해를 송환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의 일부를 지켰다"며 "우리는 북한의 이같은 행동과 긍정적 변화를 향한 움직임에 고무됐다”고 환영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한다(Thank you to Kim Jong Un)"고 적었다. 미국 정부는 다음달 1일에 공식적인 송환행사를 열 예정이다.
예정대로 이뤄진 유해송환은 향후 북미간 협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후속조치가 이뤄졌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고 앞으로 이어질 발굴과 송환 작업을 위해서도 북미간 조율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은 "미군 수송기가 경계선을 넘어 갈마 비행장에 갔다는 자체만으로도 북미관계의 개선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고, 계속해서 유해송환을 위한 왕래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서로의 문턱을 낮추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부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유해 송환에 대해 "양측간 신뢰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노력이 더욱 더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북미간 기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북한은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한미가 종전선언에 나서줄 것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이 여전히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거나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가능한 더 빨리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서로의 요구사항을 뚜렷하게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갈등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북한은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유해송환을 통해 의지를 보여줬고, 미국도 '인내심 있는 외교(patient diplomacy)'를 언급하며 협상 국면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련국 실무진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5일 미국 국무부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이 방한해 정연두 북핵외교기획 단장과 만나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중국도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차관급)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북한에 파견해 리용호 외무성 등과 면담했다.
30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활발한 접촉이 예상된다. 이번 포럼에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주요 대화 상대국에서 우리와의 대화 요구가 많다"며 "주변 4개국과는 양자 혹은 3자 회담을 해보려한다"고 말했다.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한다는 설명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협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우리 정부에게는 조속한 종전선언이나 구체적인 비핵화 검증 조치를 이끌어 내는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도 노동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심판자적 태도를 취한다는 비난을 가한적이 있고, 미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민정훈 교수는 "북미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기로에 서있는 상태"라며 "공을 나누는 모양새보다는 양자 협정을 존중하면서 막후에서 협의하고 서로의 신뢰를 쌓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 교수는 "만일 ARF를 계기로 남북미 3자가 만나게 된다면, 상호간의 충분한 논의가 있있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나 미국측의 종전선언과 관련해 컨센서스가 형성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