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에 '버려진 양심'…한편, 쓰레기 치우는 사람들

'한쪽에서는 버리고 한쪽에서는 줍고'
경포해변 주말에만 쓰레기 약5톤 발생
근무 중'체감온도 40도' 쓰레기와 전쟁

피서객들이 먹다 남은 술병들과 음식물들이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 백사장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동해안 지역에 보름이 넘도록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해수욕장 환경미화원들은 밤 사이 피서객들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느라 하루하루 굵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8일 취재진이 찾은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은 자정이 넘도록 더위를 피하기 위한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자리를 빠져나가는 인파들도 있었지만, 새벽 4시에도 피서객들로 붐비면서 경포해변은 마치 '쓰레기 지뢰밭'을 연상시켰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피서객들 사이로 담배꽁초와 미처 터트리지 못한 폭죽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돗자리는 그대로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 술병은 물론 피서객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 과자봉지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어 더운 날씨에 악취까지 풍겼다.


새벽 늦게까지 피서객들로 붐비면서 인파 사이를 헤치며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 (사진=유선희 기자)
피서객들 사이를 헤치며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환경미화원들 모습이 대비돼 '한쪽에서는 어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쓰레기를 치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들은 100리터 쓰레기 종량제 2~3개를 양손에 들고 빠르게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쓰레기를 치운 지 불과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환경미화원 김승수(72)씨의 얼굴은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됐다.

김씨는 "체감온도는 40도 이상 올라간다"며 "쓰레기통에만 담아주면 수거 작업이 수월할 텐데 놀던 자리에 그대로 쓰레기를 버려두고 가니까 힘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 박종숙(여.52)씨 역시 "지난해에는 비라도 내렸는데 올해는 폭염이 계속돼 정말 최고로 덥다는 느낌"이라며 "해가 뜨기 전에 빨리 업무를 끝내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때 이른 폭염에 열대야까지 이어지면서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뿐만 아니라 무더위와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도 강릉지역은 새벽 4시를 기준으로 27.0도를 기록해 후덥지근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환경미화원 김순녀(여.65)씨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일을 하다 보니 몸에서 물 흐르듯 땀이 흐른다"며 "쓰레기도 쓰레기지만 더위 때문에 제일 힘들다"고 밝혔다.

요즘 같이 성수기, 특히 주말에는 쓰레기가 약 5톤가량 발생할 정도로 해수욕장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제 때에 일을 마치기 어려워 땀으로 샤워를 하면서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쓰레기 수거 차량은 대략 10~15분 간격으로 경포해변을 지나며 열심히 쓰레기를 날랐다. (사진=유선희 기자)
쓰레기를 담아서 한곳에 모아놓는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300kg 정도의 쓰레기를 수용할 수 있는 수거 차량은 대략 10~15분 간격으로 경포해변을 지나며 열심히 쓰레기를 실어 날랐다.

이날 하루에만 배출된 쓰레기양은 모두 4.1톤.

경포해수욕장이 개장된 지난 6일부터 28일까지 배출된 쓰레기양은 모두 33.8톤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현재 경포해변에는 야간(새벽 4시~아침 10시) 44명, 주간(오후 2시~밤 10시) 16명 등 모두 60명이 투입돼 청소작업을 하고 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에 열대야까지 겹친 상황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결여된 경포해변에서 오늘도 환경미화원들은 연신 비지땀을 훔치며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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