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급 1번 함인 독도함, 해군 기술력 집약…보안 필수
독도함은 LPH-6111이라는 함번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해군 독도급 강습상륙함의 첫 번째 함이다.
독도함을 기반으로 독도급 두 번째 함인 마라도함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우리해군 기술의 집약체라고 보면 되는데, 그만큼 건조 시 기술력에 대한 보안이 중요하다.
하지만, 계약금이 감액되는 외주작업을 은폐하기 위해 하청업체 직원을 위장 채용한 한진중공업의 꼼수는 독도함의 기술력 보안까지 허물어 버렸다.
◇ 설계를 외주업체에 맡긴 한진重, 업체 대표 "공정률 맞추려고 수시로 밖에서 작업"
독도함 내부 설계 작업에 참여했던 하청업체 대표 A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2004년 한진중공업의 요청에 따라 10여 명의 직원을 한진중공업 계약직 직원, 이른바 임시공으로 보냈다.
"단순히 파견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진중공업의 사원증을 받고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를 하는 형태였습니다. 직원들이 일할 사무실은 마련해줬는데, 컴퓨터 등 사무 비품을 저희가 사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물론, 직원 관리도 직접 했습니다."
A씨는 작업 기한을 맞추라는 한진중공업 담당자의 독촉이 있을 때마다 직원들이 수시로 설계도면을 외부로 들고나와 추가 작업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공정률을 못 따라갈 경우에는 업체 대표를 불러서 엄청나게 압박을 합니다. 진도가 떨어지니 대책을 세우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면 직원들이 이동식 저장장치에 설계도를 담아서 밖으로 나와 추가 작업을 했습니다."
임시공으로 파견되지 않은 남은 직원들까지 동원해도 작업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 하청업체에 설계도면을 넘겨 재하청을 주기까지 했다.
"저희 인력에 한계가 있으니까 비용을 들여서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줬습니다. 다른업체 사무실에서 추가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A씨는 당시 설계 파트에 참여한 상당수 하청업체들이 작업 기한 압박을 받아 비슷한 형태로 외부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진중공업에서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하청업체들 다 불러 모았습니다. 빨리하라고 재촉하면 업체 대표들이 '야! 들고 나와' 하며 외부에서 작업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서도 보안에 대한 우려는 커녕 추가 작업비용 요구를 무마하는 데 급급했다고 A씨는 지적했다.
"한진중공업 담당자는 밖에서 추가작업하고 하는 걸 알았습니다. 후속선 할 때 설계 작업을 보상으로 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작업이 끝난 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요"
독도함 건조 시기 1년 넘게 한진중공업에서 비정상적인 형태로 외주작업을 한 A씨는 이 때 경험한 갑질과 부조리 등으로 인해 이후 한진중공업의 일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진重이 방사청에 통보한 외주작업은 '배관 보온'과 '도장' 뿐
한편, 한진중공업 측은 "정부에 통보한 외주사용 외 독도함 작업에 외주업체를 들인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2007년 '노무 외주사용'을 이유로 50억원의 감액 수정계약을 체결했다.
이 당시 한진중공업은 '배관 보온'과 '도장' 등 두 가지 작업에 외주를 투입했다고 통보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편성·집행을 할 때 설계비와 노무비가 별도로 구분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진중공업이 설계 파트 외주작업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