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숀 안대고 닐로 먹기?" 또 불거진 음원차트 조작 논란
②음원차트 조작 조사, 손도 못댄 정부…사이트들 돈되니 나몰라라
◇ "닐로·숀이 1위 가수? 대체 누군데?"
이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올해 4월 닐로가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오르면서부터다. 당시 닐로는 발표한지 5개월이 지난 곡 '지나오다'로 '역주행'에 성공하며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명 가수가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신곡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 수상하다며 '음원 사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순위 조작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이하 리메즈)가 올해 1월 '그날처럼'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장덕철이 속한 회사라는 사실은 반감과 의심을 키웠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한 소속사에서 '역주행'에 성공한 가수가 두 팀이나 나온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결단코 '음원 사재기'를 하지 않았고, 하는 방법도 모르며 알고 싶지도 않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내며 떳떳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숀은 닐로를 둘러싼 의혹이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해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숀은 지난달 27일 공개한 '웨이 백 홈(Way Back Home)'으로 이달 17일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는데, 음원차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 속 갑작스럽게 1위에 오른 숀을 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밴드 칵스 멤버이자 DJ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인디씬에서 입지를 다지긴 했으나 숀 역시 대중적인 인지도가 부족했기에 화제성 없이 1위에 오른 뒤 닐로와 마찬가지로 차트 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숀의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차트 조작 및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이 말끔히 해소됐으면 한다"면서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두 가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밤 12시부터 새벽 1시 사이는 아이돌 팬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팀의 곡 순위를 높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을 돌리는 이른바 '음원 총공격'을 하는 시간대다. 일반 사용자들이 아닌 차트 1위가 목적인 이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만큼, 1위에 오르기가 쉽지 않은 시간대 이기도 하다"며, "그런데 그 시간대에 닐로와 숀이 급작스럽게 순위 상승세를 보이며 1위까지 치고 올라오자 음원차트 순위 집계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말이 안 되는 일 벌어졌다'는 반응을 보이며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조작이냐, SNS 마케팅의 승리냐
2015년 이후 3년여 만에 음원차트 조작 논란으로 가요계가 뒤숭숭해진 가운데, '닐로 사태', '숀 사태' 등으로 불리는 이번 논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이전과 달리 SNS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닐로의 '지나오다'와 숀의 '웨이 백 홈'은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음악 추천 전문 페이스북 페이지에 돈을 대고 바이럴 마케팅을 펼친 뒤 순위 상승효과를 본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SNS는 최근 가요 기획사들이 가수들의 신곡을 홍보할 때 방송 못지않게 중요시 여기는 홍보 수단이다. 닐로와 숀 측뿐만 아니라 여러 가요 기획사들이 음악 추천 전문 페이스북과 연계한 바이럴 마케팅을 펼친 바 있으며, 실제로 순위 상승효과를 봤다는 곳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닐로와 숀이 거둔 성과를 마케팅의 승리이자 SNS 영향력만으로도 신곡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사례라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숀 측이 의혹을 부인하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노래를 소개시킨 것이 전부이고, 그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차트로 유입돼 빠른 시간 안에 상위권까지 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우리의 성과는 거대 팬덤이 기반이 되지 않더라도, 전통적인 미디어를 섭렵한 거대한 권력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좋은 전략을 수립한다면 좋은 음악은 얼마든지 대중에게 소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SNS에서 화제가 된 이후 차트 1위에 오른다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뉴미디어가 올드 미디어를 대체해 음악을 전파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역주행'에 성공한 윤종신의 '좋니'가 바로 그런 사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이면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한 행위들이다. 페이스북 혹은 유튜브 기반 파워 페이지들을 살펴보면, '유령 계정'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 팔로워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며 "닐로와 숀이 그러한 방법으로 팔로워 수를 늘린 것으로 의심되는 페이지를 활용해 바이럴 마케팅을 펼치고 화제가 됐다는 점에서 의혹을 가질만하다"고 지적했다.
◇ "확실한 조사·음원차트 개선 필요"
이와 관련한 법적 규제는 마련돼 있다. 2016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음악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음반이나 음악영상물 관련 업자들이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음반 등을 부당하게 사들이는 '음원 사재기'로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음원 브로커들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 중이고,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업계의 물을 흐리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찾아내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가요 기획사 대표이사는 "요즘도 브로커들에게 연락이 온다. 앨범을 낸다는 기사가 나거나 방송국에 들어가 미팅을 하면 귀신같이 알고 먼저 연락을 해오더라. 제시하는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다. 작게는 백만원 단위부터 수천만 원 수준까지 천차반별"이라며 여전히 업계에 '검은 손'들의 움직임이 성행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국내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브로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에 서버를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확실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향후 이번 논란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현실적으로 과거 사례처럼 증거불충분으로 일단락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SNS에 글을 올려 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 검찰에 이번 논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윤종신은 현 음원사이트와 실시간 차트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음원차트 '톱 100' 전체재생 버튼을 없애는 방안 등을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업계 전반에서 이번 기회에 음원사이트의 고질적인 문제를 뜯어고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