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한 대가 갑자기 서더니 푸들 한 마리를 창밖으로 내던지고 사라졌다.
주변을 배회하던 이 개는 반대편 도로에서 사람이 나타나자 주인인 줄 알고 쫓아가다 다른 차에 치일뻔했다.
이 개는 때마침 운동을 나왔던 고등학생들이 목격하고 강릉시 유기동물 보호소에 신고했다.
지난 24일 오전 9시에는 강릉시 주문진의 한 노인복지센터 주차장에 누군가가 버린 믹스견 한 마리가 발견됐다.
같은 날 오전 11시에는 강릉시의 한 도로에 몰티즈 2마리가 함께 버려진 것을 관광객이 신고했다.
25일 오전에도 유기견 신고는 3건이나 들어왔다.
이처럼 신고되는 유기견이 하루 3∼4마리에 이르다 보니 강릉시 유기동물 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다.
4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는 현재 105마리가 들어와 있다.
보호소는 유기견 신고가 계속 들어오자 마당에도 파라솔을 펴고 임시 시설을 마련했다.
보호 공간마저 부족한 데다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자 시는 유기동물이 가득한 보호소 건물에 하루 2차례씩 물을 뿌리며 열기를 식히는 등 보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 유기동물 보호소 관계자는 "유기된 동물은 주인이 다시 올까 봐 버려진 장소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애완동물을 키우다 상황이 바뀌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생명에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피서나 관광을 겸해 놀러 왔다가 동물을 유기하는 행락객이 늘어나면서 관광지나 농촌 인근 도로 등에서 발견되는 유기견도 증가하고 있다.
개나 고양이 등 유기동물은 피서철 등 행락객의 이동이 많은 시기에는 평소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는 추세다.
강릉시에 따르면 올해 지역에서 발견된 유기동물은 개 346마리, 고양이 63마리 등 411마리에 이른다.
이 중 새 주인을 찾은 유기동물은 134마리뿐이고, 로드킬을 당하거나 병을 얻어 자연사한 유기동물은 96마리다.
지난해 강릉에서 발견된 유기동물은 724마리로 이 가운데 392마리는 새 주인을 찾았지만 184마리는 자연사나 안락사로 생을 마쳤다.
이는 도내에서 유기동물 분양률이 가장 높은 강릉의 사례인 만큼 다른 지자체의 유기동물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기되는 동물이 점차 늘어나면서 지자체도 어려움에 부닥쳐있다.
현재 유기되는 동물은 원래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10일 동안 공고하게 돼 있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는 동물 보호 단체의 의견을 존중해 가능한 오랜기간 유기동물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장기간 분양되지 않는 애완견도 적지 않아 고민거리다.
지난해 전국에서 신고된 유기동물은 개 7만4천33마리, 고양이 2만7천80마리 등 10만2천585마리나 된다.
강릉시 관계자는 "애완견을 처음부터 물건이라고 여기며 키우다 보니 도중에 버리는 사람이 많은데 가족이라고 여기면 놀려 와서 버리고 가지 못 할 것"이라며 "외국처럼 애완견을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까다롭게 하는 등의 법적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