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영희 (변호사), 백성문 (변호사)
뉴스쇼가 수요일에 마련하는 코너입니다. 라디오 재판정.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나 사건을 저희가 스튜디오 재판정 위에 올려놓으면 여러분 양쪽의 변론을 들으시고 문자로 평결을 보내주시면 되는 거죠. 오늘도 두 분의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노영희 변호사님, 노상궁님. 어서 오십시오.
◆ 노영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서 오세요, 백 변호사님.
◆ 백성문> 안녕하세요. 백성문 변호사입니다.
◇ 김현정> 오늘 재판정 주제 간단치 않고요. 벌써 문자가 들어옵니다. 오늘 재판정 주제는요. 주 52시간 근무제 시작이 됩니다. 회식 시간도 근로에 포함을 시켜야 하는가 아닌가, 바로 이겁니다.
◇ 김현정> 백성문 변호사님. 그러니까 뭐예요, 52시간 근무제 된 다음에?
◆ 백성문> 지금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주당 40시간. 또 연장근로 12시간 포함해서 최대 52시간까지만 근로를 해야 하죠. 그 이상은 못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게 과연 근로 시간이냐. 이게 좀 애매해요. 애매한 게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제일 궁금해하는 게 1번이 회식이에요. 어떻게 보면 회식은 강제로 참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회식은 그냥 결속을 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냥 같이 노는 것 같기도 하고.
◇ 김현정> 어떻게 보면 고기 먹으러 가는 것 같기도 한데.
◆ 백성문> 그렇죠. 그런 것 같기도 한데.
◇ 김현정> 또 어떻게 보면 가기 싫은 걸 가는 거고.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 백성문> 여러 가지 복잡하잖아요. 그래서 사실 이걸 고용노동부가 정해 줘야 되잖아요. 어디까지가 근로 시간인지를 알아야 이게 근로 시간에 들어가니까 더 이상 근로를 시키면 안 되겠구나. 이런 것들을 정한단 말이에요. 왜냐하면 나중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에는 결론이 이렇습니다. 회식 같은 경우는 노무 제공과 관련이 없고 구성원들 결속과 친목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지어 사용자가 꼭 참석하라고 강요했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회식을 근로계약상 노무 제공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니까 회식은 노무 제공이 아니다라고 일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놓은 겁니다.
◇ 김현정> ‘노무 제공’이라는 말이 어려운데 회식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얘기예요, 쉽게 얘기하면. 회식은 노는 거다. 근무시간 52시간에서 빼라라는 건데. 여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지금 문제 제기를 하면서 우리가 재판정 위에 다시 한 번 따져보자고 올린 겁니다. 노 변호사님?
◆ 노영희> 그게 조금 이해가 안 가는 게요. 사실 근로자가 회식이나 이런 걸 하고 나서 집에 가다가 사고가 났어요. 그거 다 산재나 재해로 인정을 해 주거든요, 업무상 재해로. 판례상으로는. 그러니까 퇴근 때 회식에서 술 먹고 노래방 가다가 나중에 집에 가다가 사고 난 경우도 다 인정을 해 주는데 그렇다면 이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안 맞는 거잖아요. 고용부에서 말하는 가이드라인은 ‘사내 교육을 받거나 워크숍, 세미나 이런 것은 근로 시간으로 인정이 된다. 그런데 접대는 조금 애매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자를 근로 시간 이외에 접대하는 것은 사용자의 지시나 최소한의 승인을 받아서 해야 되고 이 경우는 근로 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랑 관련도가 높은지 안 높은지도 미리미리 확인할 수 있는지 없는지 너무너무 다르기 때문에.
◇ 김현정> 그 회식이 업무랑 관련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미리 파악해서 이거는 내 근무 시간이구나 아니구나, 가야겠구나 말아야겠구나 결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 노영희> 게다가 사실 이런 식으로 인정을 안 해 주게 되면요. 접대하다가 혹은 회식하다가 다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재해로 인정받지 못해요, 산재로. 그렇게 되면 그건 어떻게 처리할 건지. 그러니까 기존의 법원의 태도 같은 것들하고도 일맥상통해야 되는 거잖아요. 이게 모순되면 안 되잖아요. 저는 그게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이런 설명들을 배경으로 해서 두 분 변호사의 의견을 들을 텐데요. 오늘도 저희가 임의로 나눴어요. 그러니까 불만 있으시다고 사무실로 전화하지 마시고요. (웃음) 백 변호사님 어느 쪽?
◆ 백성문> 일단 노영희 변호사님 얘기 충분히 저도 공감하고 이해는 되는데. 그러면 어느 회식까지가 근로인지. 그러니까 근로 시간에 해당하는지 그게 애매하잖아요. 그럼 회식할 때마다 사용자를 고소 고발할 겁니까? 그리고 이걸 처벌하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정말 친목 도모를 위한 저녁에 밥 먹는 것도 안 해요. 그러니까 저는 그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고요.
◇ 김현정> 너무 삭막해진다, 각박해진다?
◆ 백성문> 네. 이것은 회식은 친목이라고 봐야 되고 이건 근로 시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건 명확성 원칙에 반해요.
◆ 노영희> 저는 아니라고 봐요. 우리가 사실은 회식을 왜 합니까? 다 같이 잘 먹고 서로 즐겁게 일 잘하자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시간을 전부 다 뺀다 그러면 요즘 안 그래도 개인적이고 나 혼자 지내는 거를 더 편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거는 저는 아니라고 보고요.
만약에 근로 시간에 포함시키면 오히려 더 편해지는 것도 있어요. 회식은 무조건 근로시간으로 포함시키면 52시간이라고 하는 시간 안에 계산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근로자 입장에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회식에 참석을 할 수가 있고요. 고용주 입장에서도 사람들이 회식을 넣냐 안 넣냐에 따라서 뭔가 달라진다. 이렇게 보기보다는 오히려 52시간 안에 포함을 시키면서 친목도 다지고 회사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들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할 수 있고 그래서 그 근로 분위기를 훨씬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저는 그렇게 봐요.
◇ 김현정> 이렇게 생각하시면 노변, 근무. 라고 문자 보내주세요.
◆ 노영희> 예쁜 노변으로 해 주세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멋진 백변, 예쁜 노변도 환영합니다. 이렇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50원의 단문, 100원의 장문 유료문자 #1212, 카톡, 레인보우까지 열어놓고 유튜브로 보내는 것도 집계 가능한가요? 집계해 보겠습니까, 열심히?
◆ 백성문> 일단 노 변호사 얘기는 참 달콤합니다.
◇ 김현정> 달콤해요. 듣기에는 좋아요.
◆ 백성문> 듣기 좋죠. 아니, 회식도 다 근로 시간에 포함해 주면 이제 저녁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회식을 하면 제가 보기에는 금요일부터는 근무를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거의. (웃음) 그 정도가 된다면. 그런데 그렇게 해 주면 오죽 좋겠습니까마는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름 이거는 지금은 계도 기간이지만 나중에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게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돼요, 사용자가.
◇ 김현정> 그때부터는 살벌해진다는 얘기예요.
◆ 백성문> 그렇죠. 살벌해지는 거예요. 그러면 이제 정말 좋은 마음으로 회식을 갔다가 이거 회식도 근로 시간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하던데. 그렇게 되면 그런 고소 고발도 많아질 수 있고요, 첫 번째. 그리고 아까 업무상 재해 얘기하셨잖아요. 그게 모든 회식에서 일어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고 사업주의 지배 하에 이루어지는 회식들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는데 거기서 끝나고 2차 친구들끼리 놀러갔다가, 부서의 친한 사람들끼리 놀러갔다가 사고 나면 인정 안 해 줍니다.
◆ 백성문>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두 개가 애매해요. 산재 같은 경우는 당연히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지 그것은 지배 감독 하에 있는지를 확인해서 인정해 주면 되는 거고 이거 별개 문제예요. 마치 노 변호사님은 회식을 근로 시간에 포함 안 시키면 업무상 재해도 안 된다는데 그거는 별개로 판단하는 문제고 이 회식과 이 근로 시간의 문제는 명확성의 원칙,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 부분에다가 또 결정적으로 이 회식이 근로 시간에 포함된다고 하면 노 변호사님 얘기처럼 친목 다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회식 참여하면 참 좋은데 회식이 사라집니다.
◇ 김현정> 하긴 회식하다가 딱 1시간, 1시간만 해야지 이러고 고깃집에 갔는데 이게 2시간, 3시간, 4시간 되면 그때부터는 고용주, 사용주들이 굉장히 어려워지는. 그러다 보니 회식은 없어질 거다, 이런 말씀. 이렇게 생각하시면 백변 보내주시면 되고요. 노 변호사님?
◆ 노영희> 산업재해 보상 보험법 37조 1항에 업무상 사고 유형이 뭐라고 돼 있냐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 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를 말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사업주가 있어야만 업무상 사고로 인정되는 게 아니고요. 기본적으로는 어떤 경우에 업무상 재해나 사고에 해당되는지가 명확하다, 첫 번째. 두 번째 아까 자꾸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거는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도 명확하게 써서 이렇게 규정을 지으면 되는 거고요.
◇ 김현정> 어떤 경우인지, 그건 만들면 된다?
◆ 노영희> 그렇죠. 예를 들어서 정확하게 써놓으면 되죠. 그다음에 세 번째 중요한 것은 여러분, 회식 얼마나 하세요? 백 변호사님 사무실 회식 거의 안 해요. 우리 사무실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 중요한 건.
◆ 백성문> 저희는 회식 좀 하는데요? (웃음)
◆ 노영희> (웃음) 무슨 얘기냐면 요새 회식을 그렇게 많이들 하지 않아요. 그리고 요즘은 옛날 사람 막 강요해서 너 꼭 와야 한다 이렇게 하지도 않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제가 봤을 때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지는 꼭 필요한 경우 두 번. 분기별에 한두 번 정도 그것이 필요할 경우에 2-3시간 정도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얼마나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또 좀 전에 말씀하신 게 그런 것도 초과근무라고 얘기를 해서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고발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할까요, 진짜?
◆ 백성문> 해요, 해요.
◆ 노영희>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까지 우려하는.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우려하는 것처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 백성문> 지금 노 변호사님이 좋은 얘기를 해 주셨는데 요즘의 회식 문화는 강요하지도 않고 참석하기 싫으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그건 당연히 근로시간이 아니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데.
◇ 김현정> 오히려 그렇게 되면?
◆ 백성문> 당연하죠. 그거는 회식이 아니라 이 부서 내 친한 사람들끼리 밥 먹는 거예요, 그런 거는. 말 그대로 노 변호사님이 하시고 싶은 얘기는 그거일 거예요. 그러니까 사업주가 거의 오늘 회식 전부 전원 참석 이렇게 하면 그러면 근로시간을 인정해 주자인데요.
저도 그런 걸 인정해 주면 좋겠습니다마는 그러면 어디까지? 그거 가이드라인 정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걸 가이드라인이 쉽게 정해지면 아까 업무상 재해 가지고도 회식 이후에 사고 난 경우 그게 왜 소송까지 가겠어요? 그게 왜 소송까지 가겠어요?
◇ 김현정> 어렵네요. 회식은 업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 6267님.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회식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회식은 노동시간이다.’ 반면에 9941님, ‘회식을 하면서 일 얘기만 한다면 그거는 근무시간이겠지만 저희 회사 같은 경우에는 회식하면 일 얘기 전혀 안 해요.’ 직원 생일이 회식 날이래요, 이분 회사는. 그래서 이분은 회식은 그냥 회식이다, 잔치다, 생일 파티다 이런 생각이세요.
◆ 백성문> 거기도 근로시간 하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반면,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연히 근무시간에 포함해야 됩니다, 회식으로 소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차라리 집에서 찬밥에 물 말아먹는 게 속편합니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이분은 그래서 회식은 업무다 이렇게 보시는. (웃음) 저는 고기 먹는 게 낫습니다.
◆ 백성문> 저도요. (웃음)
◇ 김현정> 지금 두 분에게 마지막 변론 기회 드리겠습니다. 백 변호사님?
◆ 백성문> 정말 회식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킨다면 너무 달콤하겠습니다마는 그 이후에 생긴 후폭풍이 훨씬 두려워요. 아까 조금 전에 그 문자 기억나네요. ‘ 리 회사는 생일파티를 회식으로 합니다.’ 앞으로 그 생일파티가 사라집니다. 이거는 눈에 보이는 달콤함보다 생기는 혼란을 막는 게 더 우선이고요. 그래서 저는 저도 사실 회식은 참여시키고 싶지만 근로시간 제외하는 게 맞습니다.
◇ 김현정> 노 변호사님?
◆ 노영희> 업무 끝나고 생일파티 안 해 주고 싶은 사람들이 막 우와 해서 생일파티도 꼭 해야 돼요라고 해서 강요한다면 당연히 하면 안 되겠죠, 싫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고 회식이라고 하는 것의 목적이 구성원들이 전부 다 좀 더 마음을 다잡고 행복하고 살고 이런 걸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당연히 포함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자, 52시간 근무제 이제 지금 계도기간이고 본격적으로 시행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회식은 근무시간에 넣어야 되는냐, 빼야 되느냐. 우리 뉴스쇼 청취자들의 선택은? 59 대 41. 이렇게 나왔군요. 오차범위 넘어가는 것 같네요. 59% 대 41%로 ‘회식은 업무가 아니다.; 편을 들어주셨습니다.
◆ 백성문> 맞네요. 굉장히 놀랐어요. 저는 당연히 제가 질 줄 알았거든요. 제가 보니까 청취자분들께서 달콤함에 속지 않으셨어요. (웃음)
◇ 김현정> 청취자 문자 하나, ‘근로시간으로 이걸 넣어버리면 주변 음식점 다 망합니다.’
◆ 백성문> 맞아요. 그것도 하나 있겠네요.
◆ 노영희> 왜요. 식당 가서 하면 되잖아요. (웃음)
◇ 김현정> 오늘 라디오 재판정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 감사드리고요. 특히 예쁜 노변, 멋진 백변으로 참여해 주신 분들, 두 글자씩이나 더 써주셨네요. 두 분에게 감사드리면서 재판정 진행해 봤습니다. 다음주에 또 뵙죠. 두 분 고맙습니다.
◆ 노영희> 고맙습니다.
◆ 백성문> 고맙습니다.
◇ 김현정> 노영희 변호사, 백성문 변호사였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