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백혈병 종전선언 '두달 대장정' 이제 시작됐다

불확실한 직업병 논란 해소의 새 이정표 될지도 주목

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 반도체 백혈병 조정위원회가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제2차 조정(중재)재개를 위한 중재합의서 서명식’을 갖고있다. 왼쪽부터 반올림 황상기 대표 , 김지형 조정위원장, 삼성전자 김선식 전무. (사진=황진환 기자)
삼성전자와 백혈병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간의 제 2차 조정재개를 위한 중재합의서 서명식이 24일 마무리됨에 따라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전쟁'의 완전한 종전선언을 위한 두달간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조정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은 "백지신탁에 가까운 중재방식을 조건없이 받아들여준 삼성전자와 반올림측에 감사드린다"면서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원칙과 상식에 기반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중재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반올림과 반올림에 속한 피해자 집단은 매우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점을 고려하되 양측이 수용가능한 중재안을 도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식에 기반한 객관적인 중재안을 만들겠지만 워낙 특수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상황을 조금 더 고려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삼성전자건 반올림이건 받아들일 수 있는 중재안이 돼야 한다는 전제도 잊지 않았다.

이제 양측의 백지신탁을 받은 조정위는 중재안 마련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1차 조정안이 결렬된 이후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측의 주장,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가 이미 실시한 지원안 등을 검토해 중재안을 만들게 된다.

시한은 이르면 9월말 늦어도 10월초로 조정위는 못박았다.

양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반올림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게 조정위 생각이다.

또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입장차가 워낙 큰데다 실제 중재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조정위가 시한으로 제시한 약 2달간의 대정정 기간이 조정위나 삼성전자, 반올림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백혈병 논란을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가는데에는 사회적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번에는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실해 2007년 이후 11년을 끌어온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전쟁'은 종전은 임박해 보인다.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해결에 대한 기대를 섞어 반올림은 25일 저녁 문화제를 끝으로 삼성 서초사옥앞에서 1023일 째 진행해온 '천막농성'을 마무리한다.

한편 조정위는 이번 중재안이 이번 삼성전자-반올림 간 다툼 뿐 아니라 불확실한 영역에서의 직업병에 대한 지원이나 보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직업병 논란'의 새로운 이정표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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