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남녀와 혼합 복식에서 단일팀이 결성돼 관심이 쏠렸다. 남자 복식의 이상수(국군체육부대)-박신혁(북측) 조와 여자 복식의 서효원(렛츠런)-김송이(북측), 혼합 복식의 장우진(미래에셋대우)-차효심(북측), 유은총(포스코에너지)-최일(북측) 조 등이다.
이들은 15일 단일팀 결정 뒤 하루 이틀밖에 손발을 맞추지 못했음에도 놀라운 성적을 냈다. 장우진-차효심은 혼합 복식 정상에 올랐고, 이상수-박신혁도 동메달을 수확해냈다. 비록 입상하진 못했지만 서효원-김송이는 여자 단식 1, 2위인 중국 선수들을 몰아붙였고, 유은총-최일은 첫 단일팀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북한 선수들은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키며 국제대회 경쟁력을 입증했다. 함유성(19)이 21세 이하 남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에이스의 기대감을 키웠고, 차효심-김남해도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소득은 적지 않았다. 북한 대표팀만 선전한 게 아니라 우리 대표팀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장우진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북한 선수와 단일팀을 이룬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대회 장우진의 첫 경기는 혼복 16강전이었다. 상대는 세계 랭킹 3위인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 장우진-차효심은 예선을 부전승으로 올라온 만큼 호흡을 맞출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둘은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3 대 1 승리를 거뒀다.
특히 장우진이 흔들릴 때 차효심이 잡아줬다. 4세트에서 장우진이 플레이 도중 넘어진 가운데서도 차효심은 침착하게 상대 공격을 받아내면서 승리를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장우진은 "내가 실수를 해도 누나가 '괜찮아' 하면서 격려해준 게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 첫 경기에서 얻은 자신감이 3관왕의 발판이 된 셈이다. 남자 단식 우승 뒤 3관왕을 완성한 장우진은 "차효심 누나와 혼합복식은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금메달로 역사적으로 남는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향후 남북 탁구 교류가 윈-윈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다. 김택수 남자 대표팀 감독은 "북한 선수들은 기본기가 확실히 잡혀 있다"면서 "국제대회 경험이 살짝 부족하지만 실력으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지도자들과 '함께 훈련한다면 서로 기량이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남은 것은 남북 대표팀의 합동 훈련 등 활발한 교류다.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우리로서는 북한 대표팀이 온다면 언제든 환영"이라면서 "합동 훈련과 교류전을 할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는 한국 탁구의 르네상스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대회 당시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이뤘던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과 현정화 렛츠런 감독은 "단일팀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정례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번 대회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릴 정도로 집중된 관심이 탁구 인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2020년 부산세계선수권까지 팬들의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관건이다. 북한 대표팀은 이번 대회 참가는 했지만 취재진과 인터뷰가 제한돼 여전히 조심스러운 남북 관계 상황을 실감케 했다. 지난 15일 입국한 북한 선수단은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