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이 아닌 국고손실 및 횡령으로 판단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 33억원을 뇌물로 보지 않은 이유로 ▲국정원장들이 특별한 동기 없이 대통령 요구에 따라 지급 ▲양측 모두 특활비를 국정예산 지원 정도로 생각 ▲관행이었던 특활비 지원 ▲국정원장들의 대가성 인정 불가 등을 들었다.
이에 검찰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사례를 들며 즉각 반발했다. 이들이 국정원장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받은 소액은 뇌물로 인정하면서, 정작 지휘관계에 있는 대통령이 받은 수십억원은 뇌물이 아니라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죄의 죄질이 더 나빠지는 것일 뿐, 뇌물로서의 본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항소 뜻을 밝혔다. 앞서 조 전 수석과 안 전 비서관은 각각 국정원 특활비 4800만원과 1350만원을 받은 혐의를 뇌물로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뇌물죄 인정 여부를 떠나, 박 전 대통령이 국고 33억원을 손실·횡령한 혐의로 받은 6년형은 적당할까.
한 사람이 저지른 여러 개의 범죄는 한꺼번에 기소·판결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고 재판에서도 편리하다. 이 경우 동일인이 저지른 모든 죄를 단순합산하지 않고 가장 무거운 죄에서 1/2를 가중해 처단형을 정한다(실체적경합).
다시 말해,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일괄 기소해 지난 국정농단 재판에서 국고손실 및 횡령 혐의까지 재판부가 같이 물었다면 32년형보다 적게나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 2심 선고는 다음달 24일 열린다. 검찰은 전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30년을 구형했다.